보내는 기사
서울 용마산에 사는 산양 '용마돌이'를 아시나요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동물을 위해 일하는 직업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수의사, 사육사, 훈련사 등은 동물 관련 쉽게 떠올리는 직업이지만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실제 영화감독, 출판사 대표, 웹툰 작가 등 다른 직업을 갖고 동물을 위해 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동물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을 만나 동물 관련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랑구 면목동 용마산 정상 부근에서 생태학자인 우동걸(39)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선임연구원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이곳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였다. 2018년 6월 서울 도심의 산에서 발견돼 화제가 됐던 수컷 산양은 이곳을 서식지로 여기며 홀로 5년 넘게 살아가고 있다. 시민들의 공모를 거쳐 '용마돌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우 연구원은 산양의 배설물을 살피고, 무인센서카메라에 찍힌 모습을 확인했다. 그는 "이 산양이 언제까지 이곳에서 살아갈지 궁금하다"며 "빠르게 변하는 도시 생태계에 야생동물 역시 빠르게 적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개발로 인해 동물의 터전이 사라지면서 사람과 동물의 접점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생물 간 관계, 나아가 생물과 환경의 관계를 연구하는 생태학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우 연구원은 생태축(서식지) 복원과 로드킬(동물의 찻길사고) 저감을 위해 국내 30여 개의 생태통로 설치에 힘써왔다. 지난해부터는 산양의 생태 보전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로드킬 실태를 기록하고 야생동물과의 공존 방안을 제안하는 내용을 담은 책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시라는 환경은 동물에게 성장도, 변화도 빠른 새로운 유형의 서식지"라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많은 동물을 구할 수 있다.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태학자가 된 계기가 있나.
"어릴 때부터 새 관찰하는 걸 좋아했다. 취미로 탐조를 해 오면서 막연하게 돌아다니는 일, 자연에서 하는 일, 이왕이면 자연을 위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뒤돌아보니 생태학자 직업에 부합하더라. 구체적으로는 스무 살 때 도보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산양을 조사하는 환경단체 사람들의 차를 얻어 탔다. 함께 산양 발자취를 쫓으며 이를 계기로 동물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까지 한 업무를 소개한다면.
"생태축 복원과 로드킬 저감 업무를 해 왔다. 생태축 복원이란 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쪼개지는 상황에서 서식지를 어떻게 연결할지, 보완할지 연구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생태통로를 제안했는데, 동물이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안도감과 보람을 느낀다. 로드킬의 경우 유도 울타리, 방지턱 설치 등 저감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관련 정보가 부족했다. 이를 위해 도로 순찰대가 로드킬 현장을 발견하면 이를 촬영해 응용소프트웨어(앱)로 전송하는 정보시스템을 만들었다."
-생태통로가 잘못 설치됐다는 비판도 많다.
"전국 500여 개 생태통로 가운데 잘 만들어진 곳도 있고 강서습지생태공원-개화산을 잇는 생태통로(본지 2022년 2월 24일 보도)처럼 처음부터 잘못 설계됐거나, 이후 관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생태통로가 전반적으로 부정적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대다수의 생태통로는 잘 만들어졌다. 다만 동물들이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관리,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산양 생태 보전 방안을 위해선 어떤 일을 하나.
"산양이 전국적으로 몇 마리 서식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분포해있는지, 앞으로 이들을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경북 울진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산양을 위해 먹이급여를 했다. 겨울은 산양에게 먹이가 부족하고, 체력이 소진되는 힘든 시기인데 불까지 나서다. 울진은 산양 집단 서식지 중 최남단으로, 이곳이 잘 보전되면 산양이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도심에 나타난 산양 '용마돌이'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야생동물이 도시 생태계에 적응하는 속도도 빨라지는 것 같다. 용마돌이처럼 수달, 너구리 등 도심에 적응하는 개체들도 늘고 있다. 멧돼지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동물의 서식지를 침범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가 동물에게 피해를 주는 게 많지만, 동물이 피해를 주는 경우도 생긴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한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생태학자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생태학 연구 결과는 빠르게 나오지 않는다. 최소한 사계절을 봐야 하므로 연구기간이 아무리 짧아도 1년은 걸린다. 갑자기 조사하는 개체가 로드킬을 당하거나, 악천후로 조사장비가 고장 나면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꾸준하게 조사하고 관찰하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수밖에 없다."
-도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방안은.
"도시 경쟁력 지표 가운데 하나가 생물다양성이다. 얼마나 많은 생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느냐다. 이를 위해 숲이나 습지 등 도심 속 자투리 녹색공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동물에게는 휴식공간이 되고 보금자리가 된다. 이는 시민들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야 정부도 관련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시민들이 실제 정보 수집에 참여하는 것도 생태학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전문가가 모든 걸 조사하기엔 장소와 시간에 한계가 있지만 시민들의 기록이 모이면 빅데이터가 된다."
생물학, 산림자원학, 조경학 등 관련 전공을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돈이 되는 학문이 아니다 보니 국가기관 이외에는 근무할 곳이 많지 않다. 연구원이 된 이후에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동식물 가운데 애정이 가는 존재를 긴 기간에 걸쳐 관찰하고 조사하는 일이라 긴 호흡이 맞지 않으면 입사하자마자 그만두는 이들도 있다.
생태학자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호기심이다. 예컨대 동물이 '밥은 어디서 먹고, 잠은 어디서 자고, 짝은 어떻게 만날까'와 같은 단순 호기심이 연구의 시작이다. 한 분야를 깊이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또 생태계 전반을 볼 필요도 있다. 분석, 연구도 게을리해선 안 되지만 현장 감각을 잃어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현장 조사도 병행해야 한다.
생태학이 실용학문은 아니다. 하지만 생태학이 어쩌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지구에 같이 사는 생명들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아직까지 야생동물, 자연에 대해 우리가 아는 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풀지 못한 숙제를 후속 연구자들이 이어나가면 좋겠다.
도움말: 우동걸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선임연구원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