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화자'에 담긴 K기업가정신의 미래

'지화자'에 담긴 K기업가정신의 미래

입력
2023.02.23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에서 K경영, K기업가정신을 가르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학생들의 질문 중 가장 많은 것 중 하나가 '반도체가 일본에는 없고 한국에는 있는 이유'이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 "일본에는 이건희라는 기업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K기업가정신의 핵심인 동적전환능력과 피봇팅의 상징적 존재다. 과거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변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게 K기업가정신이다. 그 덕분에 한국의 경제기적도 이뤄졌다. 피터 드러커도 기업가가 눈앞의 문제에만 집착하고 미래의 새 기회를 보지 않는 걸 치명적인 죄의 하나로 간주했다. 오늘날과 같은 전환기일수록 K기업가정신을 다시 소환해야 한다.

필자는 올 들어 K기업가정신은 '지화자'에 달렸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달 초 한 기업인 모임에서 사전 설명 없이 '지화자' 구호를 외친 뒤, '지금의 화두는 자카르타'라는 의미라고 설명하자 모든 참석자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그렇다. 일본 자동차 점유율이 97%에 달했던 인도네시아에 2022년 현대차가 생산을 개시하면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지화자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한국에 가장 우호적인 나라다. 대다수 국민이 한류에 익숙하기 때문에 한국어 '언니, 오빠'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다. 인구(2억7,000만 명)는 세계 4위이고, 평균 연령은 29세의 젊은 나라다. 그래서 연평균 6% 이상씩 성장하는 나라다. 이제 인도네시아에 주목해야 한다.

동적전환이라는 관점에서도 향후 10년 인도네시아는 한국 기업에 가장 매력적인 국가가 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력시장은 중국을 지나고 베트남을 거쳐 인도네시아로 대전환하고 있다. 지난 1월의 무역수지 적자(126.9억 달러)는 반도체 수출감소와 중국 리스크의 결과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내놓은 '자동차 부품기업 2021년 경영분석'에 따르면 한계기업 비율이 36.6%에 달하는데, 주요 원인은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중국사업 적자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중국시대는 2002년 현대차의 진출로 시작되었고 이후 10년간 5만여 개의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큰 성과를 향유했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혐한과 견제 때문에 베트남으로 시장전환을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2009년 중국을 떠나 하노이에서 휴대폰을 생산하면서부터다. 이후 10년간 베트남시대가 열렸지만, 지난해부터 국내 주요 기업의 탈베트남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미 언급했듯 성장하는 기업의 핵심역량은 기업가의 동적전환 능력이다. 삼성전자가 아직도 최고의 가전회사가 되겠다고 TV의 품질과 원가경쟁력에 집착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반도체나 스마트회사로의 피봇팅이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전자는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원하는 기업가라면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읽고,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 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2,000여 개를 조금 상회하는 정도이다. 지금 인도네시아에서는 여전히 일본 기업과 화교 자본이 독주하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국내 시장에 머물고 안주하고자 한다. 한국시장만 고집하면서 아세안에서 고립되는 갈라파고스 증후군에 빠진다.

다만 인도네시아 사업은 현지 친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현지 사업에서 실패한 기업가들은 '인도네시아는 기업 하기 힘든 지옥'이라고 하지만, 성공한 사업가들은 '사업의 천국'이라고 말한다. 머리로 기업 하는 사람과 가슴으로 기업 하는 사람의 차이이다. 가슴으로 기업 하는 K기업가의 인도네시아 직원은 '째파 째파(빨리 빨리)'다. 이런 기업의 직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째파 째파 움직인다. 그러나 규정과 시스템을 강조하면서 머리로 기업 하는 기업가는 자신만 바쁘다. 일을 시키려고 하지만, 직원들은 꼼짝도 않는 '플란 플란(느리게 느리게)'이 된다.

코로나19 이후 큰 전환기에 마주 선 한국 경제와 기업가들이 '지화자'에서 동적전환의 기회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프레지던트대학 국제부총장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