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감기약 일부러 많이 먹고 쓰러지는 아이들…일본의 이상한 유행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어제 메○콘 120알 먹었다. 토하고 쓰러졌다.”
“메○콘 OD 기대된다. 처음이니까 20정으로 시작해야지.”
“메○콘 15알. 먹고 토하고 모두 잊자.”
일본 트위터에서 시판 감기약 ‘메○콘’이나 약물 과다 복용(overdose)을 뜻하는 ‘OD’를 검색하면 줄줄이 나오는 체험기다. 최근 일본 청소년들 사이에서 기분이 좋아진다며 감기약을 한꺼번에 수십 알씩 과다 복용하는 위험한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청소년의 ‘구조 신호’라고 보고 있다.
21일 데일리신초에 따르면 이런 약물 남용은 특히 ‘도요코(トー横) 키즈’ 사이에서 대유행하고 있다. 도요코 키즈란 지난 2018년 신주쿠구 가부키초에 도호빌딩이 세워진 후부터 이 근처에 모여들기 시작한 10, 20대 젊은이들을 뜻한다. 갈 곳이 없거나 정신적 방황을 겪는 청소년들이 모여 있다 보니 범죄나 사건도 잇따른다.
감기약 남용 실태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비어 있는 약 상자가 거리에 널려 있는 사진, 약물 남용으로 길거리에 쓰러진 소녀를 촬영한 동영상이 온라인에 게시되는 건 다반사다. 과다 복용을 경험한 아이들은 소셜미디어에 “기분이 좋아지면서 기억이 없어진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다” “의식을 잃은 것처럼 갑자기 쓰러져 잘 수 있다”는 경험담을 올리기도 한다.
도요코 키즈나 가정 밖 청소년만이 아니다.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10대들은 트위터에 올라온 또래들의 인증샷이나 체험기를 보고 약물 남용의 유혹에 빠진다. 수면제 등 처방약과 달리, 감기약은 약국에서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라 손을 대기도 더 쉽다.
하지만 몸에 좋을 리 없다. 내장에 큰 부담을 주는 탓에 토하는 것은 물론,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오는 일도 잦다.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돌연사할 위험마저 있다. 한 구급센터 의사는 “(환자가) 많은 날은 하루에 몇 명씩 실려오기도 한다”고 NHK에 전했다. 국립정신건강연구원이 약물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4년엔 시판 약물 과다 복용 사례가 없었으나 2020년엔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일본 국립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의 마쓰모토 도시히코 약물중독연구부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10대 약물 중독 환자의 상당수가 정신건강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겪는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시판약에 진정제 역할을 기대하는 청소년이 많다”면서 “의사나 주변인들이 신뢰할 수 있는 대화 상대가 되어 약 이외의 선택지를 갖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국 등에서 대량 구매를 하지 못하도록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