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24일로 1년을 맞지만 전황은 수습보다 확전을 향하는 형국이다. 러시아의 봄철 대반격이 예정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 우리 돈으로 6,000억 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하며 결전 의지를 다졌다. 이에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21일 국정연설에서 강경 대응을 예고하는 한편 중국 외교수장인 왕이 위원의 방러 계획을 공개하며 양국 공조를 과시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 국면에 장기전 전망이 갈수록 우세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처럼 서방 대 반(反)서방 대리전 양상을 띠며 국제적 신냉전 구도를 심화하고 있다. 개전 초반에 있었던 평화협상 시도마저 사라진 터라 벌써 군인 20만 명, 민간인 수만 명을 헤아리는 희생자 수가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21세기에도 인류가 '야만의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을 지우기 힘들다.
전장은 멀리 유럽에 있다지만, 불안한 한반도 정세가 이 전쟁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북한이 지난해에만 40차례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느라 북한 견제에 소홀했던 측면이 크다. 북한은 이런 환경을 틈타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고 중국과 교역을 크게 늘려 '한미일'에 맞서는 '북중러' 진영의 결속을 다졌고, 두 나라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에 편승해 제재를 피했다. 지난 1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려 20일 소집된 안보리 회의가 중러의 북한 비호로 아무 성과 없이 끝난 것은 비근한 사례다.
명분 없는 침략 전쟁인 만큼 미국, 나토 등 서방과 연대하면서 인도적 지원에 적극 나선다는 정부의 대응 원칙은 옳다. 무고한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전쟁 종식을 위한 역할도 다해야 한다. 한편으로 우리의 안보 환경과 직결된 사태인 만큼 군사적 지원엔 거리를 두는 등 냉철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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