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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기만하는 경영진 참호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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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아닌 경영진의 대표적 자리보전 행위
외부 주식 상호보유로 악성 가공자산 형성
가공자산에 악용될 '자사주' 규정 정비해야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의사결정이 주주(株主)를 위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주주자본주의 기업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즉, 주주를 대리해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진이 자신의 사적 이익이 아닌 주주를 위해 일하는 구조여야 주주로부터의 안정적인 자본 투자가 가능하며 그 가운데 경제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량한 관리자여야 할 경영진의 주주 기만(欺瞞)을 금지하는 것이 선진 자본시장의 기초이고, 이를 통해 투자자, 주주를 경영진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따라서 주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회계 및 공시 제도의 수립,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이사회, 투자자 보호 책무를 다하지 못한 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 등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지배구조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문제로 경영진의 '참호구축(塹壕構築·Entrenchment)' 행위를 들 수 있다. 쉽게 말해, 전투지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땅을 파고 노출을 줄이며 상대방을 공격하려 참호를 파는 것처럼, 주인이 아닌 경영진이 방어진을 구축해 사실상 주인처럼 자기 자리를 보전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회계 부정, 비독립적인 사외이사, 형식적인 최고경영자(CEO) 연임 절차, 그리고 회사 내부에서 후계 능력을 갖춘 이들을 제거해 '대안 부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현실에서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방식 가운데 하나가 경영진이 실제 자기 돈은 아니지만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자신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일종의 가공(架空) 지분을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방식이 주식 상호보유(cross-holding)인데, 예를 들어 A 회사의 경영진이 회사 돈 100억 원으로 B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고, 회사 B는 이렇게 유입된 자금 100억 원으로 다시 회사 A의 주식을 사는 식이다. 이렇게 주식을 상호보유해 실제로는 새로운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도 회사 A와 B의 경영진은 서로의 경영권 유지에 활용할 수 있는 가공자본(架空資本)을 형성할 수 있는데, 주주가 담당할 실질적인 출자 의무인 '자본충실의 원칙'을 훼손하면서 다른 주주의 의결권을 사실상 줄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법 제369조 3항에서는 10% 넘는 상호보유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공정거래법 제21조에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 상호 간 주식의 취득 또는 소유를 아예 전면 금지함으로써 경제적으로 기업의 건전성과 책임성을 훼손하는 악성 출자인 가공의결권 형성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제한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내부 계열사 간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이용해, 같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으면서 친분이 있는 기업을 활용해 주식을 상호보유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명분은 사업협력 강화이지만, 해당 행위는 사실상 가공자본 내지는 가공의결권을 형성해 경영진의 참호구축을 지원하며 주주자본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 자본충실의 원칙을 위반하며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행태로 다른 주주에 대한 권리 침해 행위라는 측면에서 엄격히 제어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주식 상호보유를 위해 회사 자금으로 일단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지 않고, 이렇게 획득한 자사주를 다른 기업에 제공하면서 교환하는 방식을 취하곤 하는데, 이는 자사주 매입의 허용 취지인 주식소각을 통한 주주보상과도 무관하다. 현금배당 대신에 자사주 매입을 허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가 상승으로 현금배당에 상응하게 주주에게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공의결권으로 경영진 참호구축에 사용할 수 있는 상호주식보유에 이용한다면 이러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주주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이 또한 건전한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제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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