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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6,000만톤 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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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탄소중립에 이르겠다고 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려면 늦어도 그때부턴 해마다 이산화탄소 6,000만 톤을 국내외 땅속에 묻을 수 있어야 한다. 서해 군산분지와 동해 가스전 말고도 추가 저장소가 그래서 절실하다. 과학자들은 남해에도 후보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국내 기술 진척 속도를 감안하면 언제 저장이 가능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은 동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까지 나가서 저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동화 같은 기술”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이른 시일 내에 다른 획기적인 탄소감축 기술이 등장하지 않는 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을 현실화하는 데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이산화탄소를 묻으려면 독특한 지하 구조를 찾아야 한다. 지하 1㎞ 아래에 사암이나 현무암처럼 공극이 많은 퇴적층이 넓게 퍼져 있고 그 위를 셰일 같은 불투수층이 덮고 있어야 한다. 공극 사이사이로 밀어 넣은 이산화탄소가 도로 빠져나오지 않도록 덮개층이 막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유전이나 가스전이 있는 곳은 탄성파를 쏘거나 시추를 해보지 않아도 이미 이런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 공극 틈새에 저장돼 있던 석유나 가스를 빼낸 뒤엔 압력이 낮아진 상태라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기가 수월해지는 장점도 있다.
남해 제주분지와 현무암대지, 동해 한국대지, 서해 흑산분지도 이산화탄소 저장소 유망 구조로 꼽힌다. 송인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해저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탐사선을 이용해 추가 저장소를 찾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특히 제주분지가 조건이 좋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저장에 적합한 구조를 찾아도 실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건 조심스럽다. 빈 유전·가스전이 아니라면 대개 퇴적층 공극엔 물이 차 있는데, 여기에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밀어 넣으면 지하 압력이 상승해 미소진동이나 지각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인근에 단층이 있다면 압력 때문에 미끄러지면서 지진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게다가 지하로 들어간 이산화탄소는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저장 공간에 잠시 머물러 있다가 언제 새어나갈지 모르고, 얼마나 누출되느냐에 따라 해양 생태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이산화탄소 주입 이후에도 장기간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모니터링과 정밀 모델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CS에 회의적인 이들은 해저 탐사와 시추, 포집과 주입 설비 구축, 장기 모니터링 등에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데 비해 탄소감축 효과는 뚜렷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CCS가 탄소중립에 기여하기 위해선 이산화탄소 저장량 성장률이 적어도 연 9~10%는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가장 앞선 CCS 프로젝트 중 하나로 알려진 노르웨이의 북해 슬라이프너 가스전도 이 수치가 8.6%에 그친다. 이성호 성균관대 신재생에너지솔루션센터장은 “이산화탄소를 설령 성공적으로 주입한다 해도 수십 년 이상 저장돼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며 “결국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탄소중립 시간표에 맞춰 이산화탄소를 한꺼번에 대량 감축하려면 현재 상황에서 그나마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 CCS라고 토로한다. 재생에너지나 산림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고,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산업적으로 재활용하는(CCU) 기술은 발전이 더디다. 탄소배출이 특히 많은 정유나 철강업계에선 “탄소를 더 감축할 수 있도록 공정을 개선하라지만, 탄소배출량의 10~20% 이상을 줄이려면 아예 공장을 세우거나 다시 짓는 게 낫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한 정유회사 관계자는 “돈 버리는 일일 수 있는데도 해외 곳곳으로 빈 유전과 가스전을 찾아다니고 있다”며 “확실한 돌파구가 없다면 지금으로선 CCS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대규모 CCS 프로젝트를 이미 진행 중인 나라나 해외 기업들은 유전·가스전을 다수 보유하고 있거나 석유·가스 개발 경험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에서 저장소를 확보했다 해도 급변하는 국제 정세나 외교 관계를 감안하면 안정적인 사용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에겐 CCS의 불확실성이 더 크다. 동남아시아에 진출해 CCS 기술을 연구개발 중인 한 기업 관계자는 “CCS에 대해 의지는 있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장담하긴 어렵기 때문에 한편으로 친환경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CCS가 목표한 저장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국가 차원의 논의는 아직 없다. 이기택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정부와 과학계가 이중 삼중의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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