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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걸려면 음주 측정부터" 오비맥주가 음주운전에 '잠금장치' 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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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최근 5년(2017~2021년)간 음주운전 재범률은 44%. 기간과 대상을 좁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2019~2021년 두 번 이상 적발된 상습범 열 명 중 일곱 명은 10년 이내에 같은 전과가 있다는 게 경찰청 통계다.
술의 속성처럼, 음주운전에도 '중독성'이 있다고 보는 데는 이런 수치가 근거가 된다. 미국이나 스웨덴에서는 상습범의 차량에 아예 특별한 장치를 해둔다. 시동을 걸기 전 먼저 혈중 알코올 농도부터 측정하고 운전자가 취하지 않은 상태인지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알코올이 감지되면 시동이 아예 걸리지 않는다.
이런 제도는 실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도로교통공단의 '음주운전 방지 장치 도입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 장치는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64%, 일리노이주에서 81%,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89%, 스웨덴에서는 95%나 재범률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 중 이 연구 결과에 주목한 곳은 다름 아닌 오비맥주다. 주류회사가 '건전하게 술 마시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술을 마신 사람은 운전 자체를 할 수 없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실험에 나선 것이다. 주류를 파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해 화(禍)를 부르지 않도록 판매 이후에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6월 경기 이천시 공장에서 도로교통공단과 음주측정기 제조업체 센텍코리아, 이 회사 상품을 운송하는 화물차 파트너사 한익스프레스와 함께 '음주운전 방지 장치 시범사업'을 시작한 게 그 첫걸음이다. 먼저 전국으로 맥주를 실어 나르는 화물차주 20명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이 장치를 차량에 달게 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본사 임직원 20명도 자신의 차에 설치하고 두 달을 보냈다.
이들에게 효과를 물었더니 거의 모든 참가자가 "음주운전 예방과 술 마시는 습관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침에 숙취가 느껴지는 날에는 술이 깬 것 같아도 측정기에선 알코올이 감지돼 운전을 할 수 없었다"며 "술을 마실 때 다음 날 운전을 생각하게 돼 과음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었다"는 현실적 경험담도 나왔다.
취지는 좋으나 으레 의문이 뒤따른다. 시동을 걸기 위해 '꼼수'를 부리면 별 수 없지 않을까. 예컨대 입김 대신 풍선 바람이나 헤어드라이기를 갖다 대는 식으로 말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센텍코리아가 만든 이 장치는 온도와 압력 센서를 이용해 사람의 입김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아차린다"며 "다른 바람을 불면 회피 시도를 감지해 편법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효과적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난해 사업 운영 결과를 정부 기관에 연구 자료로 제출했다.
오비맥주가 꿈꾸는 건전한 음주 문화와 이를 위한 투자 계획은 뚜렷하다. ①알코올 오·남용률 10% 이상 떨어뜨리기 ②건전 음주 프로그램에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 이상 투자하기 ③무알코올·저알코올 상품 확대하기 ④알코올과 건강에 대한 이해도 높이기. 2015년 글로벌 본사인 AB인베브와 함께 10년 뒤인 2025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글로벌 스마트 드링킹 목표'의 세부 내용이다.
지난해 여름 대구에 위치한 공군 제11전투비행단에선 군인들에게 가상으로 음주운전 체험기에 탑승하도록 했다. 마치 술을 마신 듯 앞이 뿌옇고 초점이 흐릿한 운전대를 잡아본 장교와 부사관, 병사들은 이날 '음주운전 근절 서약'도 했다.
공단과 함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체험 행사도 열었다. 마치 술을 마신 것처럼 착시를 느끼는 고글을 쓰고 걸어보면서 술에 취했을 때 하는 행동의 위험성을 체험해보는 것이다. 전시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사슬에 묶여 움직일 수 없는 자동차와 전동 킥보드에는 '단 한 잔이라도 마셨다면 차와 킥보드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담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해방감에 젖은 고3 수험생들의 일탈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11월에는 '귀하 신분' 캠페인도 펼쳤다. 이 캠페인은 주류 판매처에 구매자의 신분증 확인을 독려해 청소년이 술을 사지 못하게 방지하는 운동으로, '귀한 사람'과 '귀하의 신분'을 확인한다는 두 가지 의미를 중의적으로 표현했다. 또 '음주운전, 실수가 아니라 범죄입니다'라는 슬로건은 올바른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도록 하려는 이 회사의 연말 캠페인이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주류업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선도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음주운전과 미성년 음주, 폭음 등을 줄이기 위한 스마트 드링킹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며 "앞으로 소비자 스스로 올바른 음주 습관을 들일 수 있는 사회적 규범과 건전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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