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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정기적 현금흐름은 금융자산으로

입력
2023.02.21 04:30
14면

<7> 100세 시대, 금융자산이 더 필요해!
한국인, 부동산 등 실물자산 비중 78%
100세 시대 위한 자산구조로는 부적합
은퇴 후 30년 넘는 노후생활 유지 위해
늦어도 50대부터 금융자산 비중 늘려야

편집자주

※누구나 부자가 되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꿈만으론 부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풍요로운 노후의 삶을 꿈꾼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이 부자 되는 노하우를 3주에 1번 찾아와 알려드립니다. 여러분은 결심만 하시면 됩니다. 부자 될 결심!


한국 가계자산은 부동산 등 실물자산 쏠림 현상이 심하다. 은퇴 후 생활에 필요한 자금은 현금화하기 힘든 실물자산보다 금융자산이 더 쉽게 해결해 준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가계자산은 부동산 등 실물자산 쏠림 현상이 심하다. 은퇴 후 생활에 필요한 자금은 현금화하기 힘든 실물자산보다 금융자산이 더 쉽게 해결해 준다. 게티이미지뱅크

금융투자협회에서 발표한 ‘2022 주요국 가계금융자산 비교’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들의 금융자산 비중은 적게는 38.8%(호주)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인 71.5%(미국)까지 이르는 반면, 우리나라는 35.6%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당 통계는 민간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수치여서 개별 가구별로 보면 금융자산 비중은 한층 더 낮은 상황입니다. 실제 2022 가계금융복지조사결과(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총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2.1%에 불과합니다. 과거보다 개선은 되고 있겠지만 여전히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비중(77.9%)이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금융자산의 구성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현금·예금 등 안전성 금융상품 위주로 되어 있습니다. 미국과 같은 주요 선진국들은 수익성을 추구하는 금융투자상품이나 보험·연금과 같이 노후대비용 금융상품이 훨씬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가계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적절하지 못한 자산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겠습니다.


주요국 가계 금융자산 비중

주요국 가계 금융자산 비중


100세 시대, 금융자산이 확대돼야

평균적인 가구에서 금융자산의 비중이 낮은 자산구조는 생애자산관리 측면에서 그리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우선 부동산같이 규모가 있는 실물자산은 짧은 시간에 현금화가 쉽지 않아 돈이 급하게 필요한 경우 매도 과정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또한 대다수가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한 투자형 부동산이기보다 거주주택 등 실제 사용목적으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경제성장기에는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여 거주하는 주택도 가격이 올라 자산 형성에 많은 기여를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부동산만으로는 과거와 같은 자산증대가 된다고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제 부동산 중심의 자산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유리한 금융자산의 확대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기본적으로 가계 자산은 크게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으로 구분됩니다. 금융자산은 현금, 예금, 주식, 펀드 등처럼 화폐성 가치가 있는 자산들이 속하고, 실물자산으로는 건물, 토지 등 부동산과 자동차, 가전, 가구와 같은 내구재가 있습니다. 금융자산과 실물자산 중에서 100세 시대에 더 유용한 것은 금융자산입니다. 은퇴 후 정기적인 현금흐름이 필요한 문제를 금융자산이 더 쉽게 해결해 주기 때문입니다. 임대료가 나오는 수익형 상가 등이 아니라면 거주하는 주택에서는 정기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리비나 보유세 등 정기적인 현금유출이 발생할 뿐입니다. 최근에는 주택을 활용한 주택연금이 노후대책의 대안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노후준비가 부족한데 소유한 집 이외에는 다른 자산이 없는 경우 선택하게 되는 보조적 수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노후준비 정석은 금융자산을 활용한 자산관리에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우리나라 가계자산에서 금융자산 비중은 절대 낮은 수준입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가계는 평균 5억4,772만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77.9%에 해당하는 4억2,646만 원이 실물자산입니다. 금융자산은 22.1%(1억2,126만 원)로 1억 원이 좀 넘는 수준입니다. 해당 금융자산 규모와 금리 등 금융환경을 고려했을 때 은퇴 후 30년이 넘는 노후생활을 여유롭게 살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과거 대비 금융자산이 늘고는 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느리고 여전히 부동산을 중심으로 실물자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의 비중 조절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부동산이 전통적인 자산관리 수단이었고, 부동산에 유독 집착해왔던 사회문화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실물자산 비중을 일시에 줄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길어진 노후생활 기간을 생각해보면 마냥 방치할 수만도 없는 상황입니다. 자산은 있지만 노후생활비로 쓸 현금흐름이 부족한 은퇴 후 유동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합니다.


연령대별 가계자산 비중

연령대별 가계자산 비중


은퇴 시점 금융자산 비중 50% 목표로

주택 마련을 주요 목표로 가구 경제가 성장하는 40대까지는 자산구성이 실물자산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다만 전체 가계자산의 구성을 은퇴 1, 2년을 앞두고 갑자기 확 바꿀 수는 없으니, 40대 후반 늦어도 50대부터는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관리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우리나라는 이마저도 반대로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은퇴했거나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실물자산 비중이 거꾸로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구주 나이가 30세 미만인 가계의 경우에는 주택 마련 이전인 경우가 많아 전 연령대를 통틀어 유일하게 금융자산이 많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기 시작하는 나이인 30대에 들어서면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이 비중이 역전되고, 나이가 들수록 그 정도가 심해집니다. 일단 주택을 마련하면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이 돈이 된다는 생각에 기회가 될 때마다 더 큰 집, 더 좋은 집으로 확장하는 모습입니다. 30대에서는 32.8%였던 금융자산 비중이 60세 이상이 되면 17.0%로 줄어들며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정작 금융자산이 더 필요할 시기에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된 직장에서 은퇴하면서 월급이라는 현금흐름이 끊기면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금융자산 비중이 줄어드는 모습은 부동산 중심의 자산관리에 따른 예견된 수순이라 하겠습니다.

자산관리 관점에서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의 적절한 균형점은 어떻게 될까요? 사실 개인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여서 모든 사람들에게 들어맞는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참고해 볼 만한 수치는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장수가 보편화되고 이미 오래전부터 고령화가 진전돼 온 주요 선진국 사례를 보면,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60%대 이하로 나타납니다. 미국은 비금융자산이 채 30%도 안되면서 70% 이상이 금융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비금융자산이 40%가 채 되질 않고, 금융자산이 6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인 차원에서 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볼 때 현재 40%가 되지 않는 금융자산의 비중을 궁극적으로 50%대까지는 높여야 하겠습니다.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의 적절한 배분을 위해서는 자산관리의 장기적 '티키타카'가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의 적절한 배분을 위해서는 자산관리의 장기적 '티키타카'가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금융자산과 부동산의 티키타카

짧은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는 축구 전술을 ‘티키타카’라고 합니다. 서로 잘 맞아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를 의미하기도 하지요. 금융자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산관리에 패스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티키타카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제 경우 처음 소형(24평)아파트를 구매하고 나서는 아파트 가격에 준하는 금액을 목표로 금융자산 위주의 자산관리를 했습니다. 몇 년이 지나 목표를 달성한 뒤 국민주택 규모(32평)로 이사를 했습니다. 당시 가격의 30% 정도 대출을 받았지만 다시 아파트 가격 이상의 금융자산이 모일 때까지 거주주택을 바꾸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집에서는 15년 정도 산 거 같습니다. 현재 더 나은 지역, 더 넓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부동산 비중이 50~60% 내외를 유지하며, 노후를 위한 연금 등 금융자산도 계속 늘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주택으로 거주와 투자를 겸하면서 자산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후생활 관점에서는 금융자산이 한층 더 마음 편한 자산관리를 도와줍니다. 요즘 같은 부동산 하락기에는 더 그러합니다. 주택가격 역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므로 투기수요가 배제된 실거주 중심의 주택문화가 정착되면 지금처럼 집값이 비쌀 이유도 없습니다. 주식 같은 경우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오르는 종목도 내리는 종목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은 시차는 있지만 내 집값이 오르면 다른 집값도 오르고, 다른 집값이 내리면 내 집값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굳이 많은 자산을 현금화가 어려운 집에 묶어 놓기보다는 노후생활에 편리한 금융자산을 먼저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규칙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연금자산을 활용하여 안정된 100세 시대를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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