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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왜 열병식서 뽐낸 ‘괴물' ICBM 대신 화성-15형을 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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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북한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의 주인공은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불리는 화성-17형이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화성-17형을 탑재한 이동식발사대(TEL)를 10기 넘게 선보였다. ‘고체연료’를 장착해 발사 전 탐지와 타격이 어려운 신형 ICBM도 등장했다. 하지만 정작 18일 올해 첫 ICBM 발사에서 북한이 꺼낸 카드는 화성-17형이 아닌 화성-15형이었다.
화성-15형은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처음 발사한 ICBM이다. 화성-17형(2022년 2월 27일)보다 시점이 4년 넘게 앞선다. 최신형이 아니라는 의미다. 북한은 화성-17형의 경우 지난해 11월 18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화성-15형의 사거리는 1만㎞ 이상으로 미국을 겨냥할 경우 서부지역에 국한된다. 반면 화성-17형은 사거리 1만3,000㎞ 이상으로 동부지역 뉴욕과 워싱턴을 포함해 미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윽박지르려 한다면 화성-17형이 던지는 메시지가 훨씬 강력하다.
이를 두고 북한의 공언과 달리 ICBM 전력화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19일 “이번 발사과정에서 전략군이 아닌 미사일총국이 언급된 것은 작전 배치 이후 훈련 목적의 미사일 발사라기 보다 여전히 시험발사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 매체 보도를 근거로 "제1붉은기영웅중대가 화성-15·화성-17형을 모두 운용하는 것은 부대를 분리할 정도로 미사일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라며 “이들 ICBM의 전력화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히려 화성-15형을 시험했다는 것 자체가 화성-17형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발사는 정치적 메시지 발신에 중점을 둔 것”이라며 “김정은이 참관했다는 내용이 없는데, 이는 이번 발사가 미사일 자체의 성과 면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다만 ICBM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재진입 기술은 일부 진전됐다는 평가도 있다. 미사일이 대기권에 다시 들어오는 과정에서 빛을 내는 섬광이 관측됐기 때문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엄청난 열을 버티고 들어왔기 때문에 기술이 없다고 평가하면 안 될 것 같다”며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고 점수를 줬다.
반면 국방부는 “북한의 모든 ICBM 시험발사는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사거리 비행능력은 보여 주었으나, 정상 각도로 쏘지 않았기 때문에 탄두 대기권 재진입 등 핵심기술 확보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이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준비를 마치겠다고 예고한 만큼 이를 위한 ICBM 도발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2, 3월에도 한미 정보당국이 화성-17형으로 판단한 ICBM 발사체를 쏘면서 이를 ‘정찰위성 관련 시험’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지난해 12월 김정은 주재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마감단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찰위성과 운반 발사체 준비 사업을 빈틈없이 내밀어 최단기간 내에 군사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찰위성을 빌미로 언제든 추가 도발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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