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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번엔 ‘백발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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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중국에서 지난해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한 ‘백지시위’에 이어 이번엔 ‘백발시위’가 벌어졌다. 고령자들이 의료보조금 삭감반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후베이성 우한에서 8일 시정부 청사에 수천 명이 모였고 15일엔 중산공원 앞에 노인들이 집결했다. 랴오닝성 다롄의 런민(人民)광장에서도 첫 시위가 벌어졌다. 월 260위안가량 받던 의료보조금이 최근 83위안으로 대폭 깎여서다. 의료보험 개혁 차원에서 매달 개인계좌로 보내는 보조금은 줄이고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변화가 있었던 탓이다. 의료보조금을 양로지원금으로 여겨온 은퇴자들의 불만이 폭발한 셈이다.
□ 중국인의 시위는 창의적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공산당 영도체제에서 검열을 피해 정치적 의사를 표출할 수단이 발전하는 것이다. 백지는 봉쇄조치로 화재진압이 늦어진 신장 우루무치에서 공장노동자 10명의 죽음을 상기하는 중의적 표현으로 읽혔다. 흰색은 장례식 때 사용해서다. 칭화대 엘리트 대학생들은 우주의 팽창속도를 측정하는 프리드먼 방정식(Friedman equation)을 인쇄했는데, 그 뜻은 중요치 않고 발음이 ‘자유인’으로 들린다는 식이었다.
□ 중국인의 집단행동은 처음엔 사소한 해프닝에서 비롯되지만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생각이 퍼지면 순식간에 커지는 특징이 있다. 권리의식이 높아진 2000년대 초반 집회·시위가 급증했다고 보고 있다. 광둥성에서 한 여성이 도로통행료가 비싸다고 항의한 것이 수천 명이 밀집한 대규모 시위로 돌변하는가 하면, 충칭시 완전우에서 부유층 남성과 한 시민의 몸싸움을 지켜본 주민들이 공무원이 시민을 폭행한 것으로 오해해 1만여 명이 지방정부 건물을 공격하는 폭동이 일어난 게 흔한 사례다.
□ 중국인의 시위가 체제변화를 요구하는 쪽으로 번질 가능성은 미미해 보인다. 서방언론의 기대 섞인 전망일 뿐이란 평가가 많다. 공산당 일당체제에 대한 불만도 담겨있지만, 중국 당국이 위기 때마다 일보 후퇴하고 정책을 바꾸는 민심관리 ‘회복 탄력성’에 능한 덕도 있다. 더욱이 시진핑 체제는 과거 중국천하 제국에 대한 향수를 조장하고 있다. 필연적으로 중국 민족 부흥과 전제군주가 필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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