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 수장 독일서 회동…블링컨 “정찰풍선 용납 불가”

블링컨 방중 연기 후 양국 첫 외교 수장 회동
왕이, "미중관계, 미국이 무력으로 훼손" 비판

17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독일 뮌헨안보회의 참석 차 독일 뮌헨 공항에 도착했다. 뮌헨=AFP 연합뉴스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8일(현지시간) 만났다.

이날 회동은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가 불거지고 양국의 외교 수장이 처음으로 만난 자리였다. 당초 블링컨 장관은 5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정찰풍선 사건 직후 이를 전격 취소했다.

다만 ‘풍선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국무부 성명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중국의 고고도 정찰풍선이 미 영공을 침범함으로써 발생한 국제법 위반 행위를 용납할 수 없으며, 다시는 일어나서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이) 더 이상의 주권 침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번 정찰풍선은 수년간 40여 개 국가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된 중국의 정찰행위의 일환임을 다시 한번 확실히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양국갈등의 책임을 미국 쪽으로 돌렸다. 중국 관영 CGTN 등은 이날 왕이 위원이 블링컨과 독일에서 ‘비공식’ 만남을 가졌다고 보도하면서 “왕 위원은 미국이 훼손한 미중 관계를 복구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날 왕 위원은 미국의 무력 남용이 두 나라의 관계에 끼친 손해를 직시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위원은 이전에도 미국이 정찰풍선 대응에 대해 “터무니없고 신경질적이다”라며 “풍선을 연이어 격추시킨 건 무력을 이용한 100% 권한 남용”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 4일 미국이 격추한 정찰풍선을 두고 ‘기상연구용’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미국 역시 중국 영공에서 정찰풍선을 운용했다”며 반박해 미중 간 갈등은 정찰풍선을 계기로 악화 돼왔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