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당이 정부에 주도권 가져야… 친윤계? 친김계라 해야"[인터뷰]

입력
2023.02.20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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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아닌 뜸 들인 밥 정치를… 평가 지표 만들 것"
'윤심 부각'에 "'김기현'으로 선거하는데… 유감스러운 일"
"난방비 폭등 사전 검토 안 돼 아쉬워… '당 상비군' 시급"
"주류 리더십 세워져야 포용… 이질적 리더십은 불협화음"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기현 당대표 후보는 지난 1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향후 당정관계에 대해 "행정부와 당 사이에서는 당연히 당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치는 민심을 얻는 일인 만큼 공급자 시각에 머무르지 않고 여당으로서 적극적으로 '조기 경보'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만 올바른 당정관계에 대해 "밀당하는 부부관계"라는 말로 수평적 관계임을 강조했다.

당 안팎에선 친윤석열계 단일 후보인 김 후보가 당선될 경우 친윤계 입김이 과도하게 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그는 "윤심도 필요하고 민심도 필요하고 비윤심도 필요하다"면서도 "주류 의견을 반영하는 리더십이 세워져야 나머지를 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 역시 친윤계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은 경계하며 "당의 주류는 김기현이다. 왜 친윤계인가. '친김계'라 해라"고 응수했다.

대규모 '낙하산 공천' 우려에 대해선 "리스트를 본 적도, 볼 생각도 없다"며 "객관적 평가 지표를 만들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세차익 의혹 등을 두고 날 선 공방전을 벌인 안철수 후보 등에 대해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은 김 후보와의 일문일답.

-시세차익 의혹 등 공격을 받았는데.

"여당 대표 하겠다고 나온 사람이 가짜뉴스로 프레임을 걸면 안 되지 않나. 가짜뉴스 하면 민주당 아닌가. 여전히 민주당 사고 방식에 젖어 있는,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민주당 대표하러 가시는 게 딱 어울리겠다."

-본인은 흙수저인가, 금수저인가.

"무수저다. 부모님 빚을 갚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부친이 1960년에 도의원을 했다가 이듬해 쫓겨났다. 그때부터 40년간 아무것도 못했다. 잠시 직업을 가졌지만 폐병 앓다가 다 잃고 구사일생으로 돌아왔다. 야당 정치인이었고, 반군사정권 운동을 했으니 자리가 있었겠나."

-정치적으로도 무수저인가.

"2004년 처음 국회의원 후보가 됐는데 우리 당 역사상 1호 경선이었다. 거기서 제가 이겼다. 이번에 국회 들어올 때도 경선을 했다."

-공천에 대해 생각이 남다르겠다.

"그래서 공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한 번도 누구에게 줄 서지 않았다. 지금도 내가 필요하니까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이지, 내가 줄 서 있는 게 아니지 않나."

-황교안 후보 등은 '기대기 정치'라고 비판하는데.

"연대와 통합은 정당의 가장 큰 이슈다. 연대, 통합 안 하면 선거 이기나? (황 후보는) 연대·통합할 대상이 없는 '무인도 정치'다. 황 후보뿐이겠나.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다."

'윤심 부각'에 "'김기현'으로 선거하는데… 유감스러운 일"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전대 초반부터 윤심이 부각돼 정치인 김기현을 알릴 기회가 적었던 것 아닌가.

"저로서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김기현'을 가지고 선거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자꾸 '윤심'을 덮어씌우는 바람에 기회가 부족했다. 저는 한 번도 제가 윤심 후보라고 안 했다. 심지어 '윤심 후보가 아니다, 민심 후보'라고도 했다. 제 워딩으로 20회 이상 했을 거다."

-정치인 김기현이 꿈꾸는 정치적 비전과 가치는.

"대한민국 정치가 이제는 사전에 충분히 검증되고 준비된 정치인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상적인 시스템이 됐으면 좋겠다. 지금까지는 '사이다 정치'에 너무 익숙했다. 사이다 정치가 아닌 단계적으로 익혀가는, 뜸 들인 밥 만드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 나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사람이다. 이제 양지를 지향할 때가 돼서 나온 것이다. 그런 잠재적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정상적 시스템을 통해 발굴되고 맞는 지위가 주어지면 그게 올바른 정치 시스템이다."

-결국 그런 사람들이 평가받는다는 건가.

"중국, 일본 모두 정치 시스템이 비민주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인재를 양성하고 검증하고 그중에서 리더가 되는 방식은 배워야 한다. 보좌진들이나 사무처 출신들에게도 의원, 지방직, 지자체장을 포함해 선출직 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방비 폭등 사전 검토 아쉬워… '당 상비군 갖추기' 시급"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전대가 끝나고 선출된 차기 국민의힘 지도부는 곧바로 내년 총선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김 후보는 무엇보다 '민생'을 핵심으로 꼽았다. 격전지가 될 수도권에 대해서도 "수도권 민심이야말로 진짜 민생에 가장 민감하다"며 결국 먹고사는 문제를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물 경쟁력도 중요할 것 같다'는 질문엔 "1번은 민생이고 2번은 인물"이라고 답했다.

-총선 필승 해법은.

"간단하다. 일 잘하면 된다. 국민들이 테크니컬한 정치적 쇼를 바라지 않는다. 내가 먹고살 만해야 되는 게 핵심이다."

-최근 난방비 문제 등 정부가 정무적 판단 시기를 놓친다는 지적들이 있는데.

"저도 아쉽게 생각했다. 저도 설 직전에 당 지도부나 의원이 아닌 원외 정치인에게 '이게 폭탄이 될 것 같다. 설 직전부터 고지서가 발부되기 시작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왜 사전에 전혀 검토가 안 됐지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폭탄이었다."

-당의 조기 경보 역할 등 당정 소통 문제 지적이 반복된다.

"그렇기에 당 지도부를 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수도 없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표는 비대위원장이 있으니 그렇다 치지만, 최고위원 역할은 비대위원 역할과 하늘과 땅 차이다. 지금은 장수만 하나 세워놓고 무장 해제 상태다. 예비군 상태라는 것이다. 빨리 무장하고 정상 상비군을 갖춰야 한다."

-당내에서는 PK, TK에 검사 출신 인사들이 대거 낙하산 공천받을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평소에 시험 공부 잘 해놓으면 되지 않나. 나는 맨손으로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그야말로 상향식 공천하겠다는데 뭐가 걱정인가. 제가 대표가 되면 지금부터 실력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거다. 미션을 주고 피드백을 받고 의정 활동을 평가하고, 객관적 지표를 만들어서 공개하려 한다. 장외 활동, 본회의 활동은 말할 것도 없고 정책 개발, 여론 조성을 위한 활동, 언론 활동, 지역 봉사 이런 것들 다 지수를 만들어 평가할 것이다. 민주당은 비교적 그런 평가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나은데 우리는 그런 평가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하다."

-소문으로 도는 낙하산이니 뭐니 이런 건 없다는 건가.

"나도 모르는 리스트가 있나. 나는 한 번도 리스트를 본 적도 없고 리스트를 볼 생각도 없다."

"정통 보수 뿌리, 줄기로 세워져야… 가지가 줄기 대체 못해"

국민의힘 황교안(왼쪽부터), 천하람, 안철수,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1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광주=뉴스1

국민의힘 황교안(왼쪽부터), 천하람, 안철수,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1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광주=뉴스1

-당정일치·분리 문제를 어떻게 보나.

"밀당하는 부부관계, 당정 협력관계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했지 않나."

-앞서 언급한 당의 조기 경보 역할과 충돌하는 측면은 없을까. 신뢰가 없을 경우 '당 개입' 논란이 생기기도 하는데.

"행정부와 당 사이에서는 당연히 당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국민이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가 중요하지, 행정하기 위해 행정한다? 그건 공급자적 시각이다. 수요자의 시각에서 행정을 봐야 한다. 그걸 하는 게 당이다."

-대통령실이 정무적 판단을 잘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사람들이 상상 속의 괴물을 만들어 놓고 대통령을 재단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감과 소통 능력이 지금까지 역대 겪어본 대통령 중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이다.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토론이 되는 그런 대통령이다."

-당내에서는 친윤계 입김이 너무 세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동쪽으로 가면 서쪽은 버릴 거냐고, 서쪽으로 가면 동쪽은 버릴 거냐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하고 뭐 하냐고 할 것 아닌가. 비판을 위한 비판이다. 윤심도 필요하고 민심도 필요하고 비윤심도 필요하다. 그래서 대통합하겠다는 것이다."

-당 분열 우려가 큰데.

"당의 '머조리티'(주류) 의견을 반영하는 리더십이 세워지면 나머지를 포용할 수 있지만 머조리티와 전혀 다른 이질적 리더십이 세워지면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이 필연적이다. 경험을 통해 검증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도 그랬다. 그래서 내부 분열 요소를 없애야 한다. 정통 보수의 뿌리가 중요하다. 뿌리가 줄기로 세워져 있어야 가지도, 잎도 붙이고, 꽃도 피운다. 가지가 줄기를 대체할 수는 없다."

-친윤계가 당의 주류가 되는 게 맞다는 건가.

"우리 당의 머조리티, 당의 대표는 김기현이다. 왜 친윤계인가. 친김계라고 하라. 제가 정치인이지 부하 직원인가. 김기현 표로 정치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명예 당대표를 맡는 것은 필요하다고 보나.

"논의할 필요 자체가 없는 것이다. 이미 협력 관계로 다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왜 나경원이 아닌 김기현을 선택했다고 보나.

"나경원 전 대표에 대해서도 애정을 표해 자리를 줬다. 장관 시키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김기현을 선택했다', 그것도 사람들 평가인 것이지 '선택' 통지서를 받은 적도 없고 내가 선택을 신청한 적도 없지 않나. 김기현은 김기현 정치를 하는 것이고, 김기현이 대표가 되면 우리 당이 제대로 돌아가고 총선을 이기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다 힘을 합치는 것이다."

"이준석 징계, 사법 절차 관련돼 프로세스 봐야"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 후보는 전대 본선이 시작되기 전 대통령실과 친윤계 압박에 불출마를 선언한 나 전 의원을 수차례 찾아가 결국 손을 맞잡았다. 최근엔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조경태 의원과 '김조 연대'를 선언하기도 했다. 본선 진출에 실패한 또 다른 후보인 윤상현 의원과 연대가 가능할지, 향후 이준석 전 대표, 더 나아가 야당까지 협력 관계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추가 연대 가능성은 있나. 윤상현 의원과 연대를 한다면 안철수 후보가 내세운 '수도권 대표론'이 붕괴되는데 접촉하고 있나.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 그런데 아직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

-대표가 되면 통합 차원에서 이준석 전 대표 징계를 재검토할 가능성은.

"징계 재검토는 별개 문제다. 사법적 절차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당대표라고 없는 죄를 있게 할 수도, 있는 죄를 없게 할 수도 없다. 앞으로의 프로세스를 좀 봐야 한다."

-이준석 전 대표도 공천에 참여시킬 수 있나.

"저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는 원칙만 말씀드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야당에서는 사법의 정치화 지적이 나오는데.

"거대 야당의 특권과 반칙을 총동원해서 부패의 방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3대 개혁, 민생 법안을 추진할 때 야당과의 경쟁·협력 관계도 중요한데 대야관계 설정은.

"대북관계와 같다. '삶은 소대가리'라고 해도 과감하게 대화하자는 뜻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5년 동안 나라를 망쳐놨다. 압박을 통한 협력을 얻어내야 한다."

-소수당인데 압박이 가능한가.

"제가 소수당 야당 원내대표 할 때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나. 법사위원장도 찾아오고 언론재갈법(언론중재법 개정안)도 막아냈다."

-본투표 과반을 자신하나. 결선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결선 안 가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동현 기자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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