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흑색선전", 안철수 "과민반응"... 부동산 투기 의혹 공방 가열

입력
2023.02.18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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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선관위 조치 촉구" 安 "野 공세 어떻게 방어"
선관위 "무분별 의혹 중단"… 원로들도 '후유증' 우려

국민의힘 안철수(왼쪽),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1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광주=뉴스1

국민의힘 안철수(왼쪽),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1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광주=뉴스1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본경선 일주일을 넘기며 격렬한 네거티브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김기현 후보가 'KTX 울산 역세권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엄중 조치를 요구하며 안철수 후보와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보다 못한 선관위와 당 원로들은 전당대회 이후 후유증을 우려하며 17일 과도한 비방전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김 후보 선대위는 전날 선관위에 공문을 보내 "안철수 후보가 제기한 김 후보 부동산 투기 의혹은 명백한 비방, 흑색선전 및 인격공격"이라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에 따라 엄중 조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안 후보가 16일 광주·전남·전북 합동연설회에서 "(김 후보는) 황교안 후보의 KTX 역세권 시세차익 관련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대목을 문제 삼았다.

'시세차익 의혹'은 2021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당시 무소속) 양이원영 의원이 지적한 바 있다. KTX 울산 역세권 연결도로 노선이 당초 계획과 달리 김 후보가 울산시 고문 변호사이던 시절(1998년) 매입한 임야를 지나도록 변경됐고, 이에 1,800배의 시세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다. 황 후보가 15일 TV 토론회에서 의혹을 재차 언급하며 김 후보에게 후보 사퇴를 촉구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김 후보 캠프는 "해당 도로계획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매입 시점과) 약 8년 1개월 차이가 난다"며 "(매입) 당시 개별공시지가는 267~432원대였고, 현재는 1,120~2,050원"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안 후보 캠프는 "선관위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과민반응"이라며 "상대 후보의 문제제기도 감당 못 하면서 야당 공세를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천하람 후보를 지원하는 이준석 전 당대표는 페이스북에 "정치권력을 이용한 투기라고 보기엔 개연성이 떨어진다"면서 "정치적 행보를 할 때마다 주가관리 하러 나왔다는 지적을 받는 안 후보의 억울함 정도가 김 후보의 억울함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처럼 전당대회 분위기가 과열되자 선관위가 직접 제동을 걸었다. 유흥수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대가 중반에 들어서며 열기가 과열돼 후보 간 근거 없는 비방, 일부 후보의 지나친 언행으로 국민과 당원들에게 우려를 끼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대에 출마한 모든 후보자는 근거 없는 비방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즉각 중단하길 촉구한다"며 "이런 행위가 지속될 경우 당헌·당규에 따르는 엄중한 직접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 원로들도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우려를 표했다. 정의화 상임고문단 회장은 "최근 토론회를 보니 여전히 과거 이야기를 주로 한다"며 "(국민들이) 우리 당에 대한 기대를 나타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미흡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대 이후 후유증을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회의에선 '대통령과 당 사이에 무언가 있으면 안 되는데, 당 내에서 특정 그룹이 형성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취지의 쓴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대상을 특정하는 발언이 나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대 과정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안 후보 등을 집중 공격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친윤석열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안 후보 양측은 선관위 입장에 "존중한다"면서도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김 후보 측은 "윤 정부 성공, 당의 안정보다 자기 정치를 우선시하다보니 가짜뉴스까지 동원한 내부총질도 서슴지 않는다"고, 안 후보 측은 "자신이 한 수많은 흑색선전을 쿨하게 다 잊고, 한 가지 사실 관계 밝히라 들이대니 줄행랑치듯 네거티브 안 하겠다며 화제 전환에 안간힘"이라고 서로 비난했다.

정준기 기자
임지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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