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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염수 곧 쏟아지는데, 어물어물"...손 놓은 정치권에 전문가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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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우리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재판소 제소 법적 대응이 지연된 데다, 미심쩍은 국책연구원 분석 결과까지 더해진 가운데 뾰족한 해법찾기 또한 여의치 않다는 진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앞서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올해 4월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를 해양에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해저터널 방출구 설치 등이 지연되며 방출 시기가 다소 연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를 거친 130만 톤의 오염수가 1,066개 수조에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일본 측은 정화를 했다며 '처리수'라고 부르지만 실제 오염수의 상태는 아무도 모른다"며 "방사성 물질 외에 독극성 물질, 부식성 물질 등에 대해서는 도쿄전력이 함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측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처리하는 ALPS의 기능을 앞세우는 한편 차근차근 오염수의 해양 방류 합리화를 위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우군으로 확보해왔다는 평가다.
서 교수는 "오히려 우리(나라는) 물이 태평양을 돌고 오는 좋은 위치에 있긴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며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후쿠시마와 우리 항만을 오가며 오염된 바닷물을 평형수로 쓰며 배에 넣었다 항만에 다시 뿌리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먹이사슬 중 감치, 삼치, 참치 등이 알아서 오염수를 피하겠냐"며 "평균적으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어떤 한 어류가 법망을 뚫고 들어와 밥상에 차려졌을 때의 문제도 있다"고 했다.
그는 "잠실 야구장에서 야구공에 맞을 확률은 낮지만, 얼마든 맞을 수도 있고, 맞은 사람이 어린아이였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페렝 달노키 베레스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도 지난달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처리하는 ALPS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방류를 앞둔 오염수가 어떤 상태로 저장돼 있는지 알 수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는 심각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관련기사: "방류 앞둔 日 원전 오염수,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2613390004005)
서 교수는 특히 "(일본은) 여태 12년 동안 차근차근 준비했는데, (우리는) 거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우리의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서 러시아에서 방사성 물질 방출 문제가 나왔을 땐 "일본이 노발대발해 절대 방류할 수 없는 법규까지 만들었다"며 "반면 우리는 어물어물하다 아무런 역할을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4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발표하자,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일본 측을 제소하거나,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안 등이 꾸준히 언급됐지만 속도를 내진 못했다.
(▶ 관련기사: 日 원전 오염수 방류는 ‘빙산 일각’… 더 위해한 독물 흘러든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2514250001973)
이 가운데 최근 국책연구원 분석에선 오염수 방류의 영향이 '극미량 유입'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면서 법적 대응에 동력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한국원자력연구원은 16일 제주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한국방재학회 학술대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며 "오염수 속 삼중수소가 방류 4~5년 뒤 제주 해역부터 들어와 동해와 서해로 확산되나 분석기기로도 검출하기 힘든 농도"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시뮬레이션의 신뢰도에 의구심을 표한다. 서 교수는 "삼중수소 외 다른 영향이나 먹이사슬을 고려하지 않은 데다, 도쿄전력의 희석 방류 설명을 그대로만 믿고 '어떻게 할 건지'를 제대로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일 오염수 방류 4년 후 삼중수소 '극미량' 유입"... 대응 명분 잃어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216160600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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