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시간 만에 살아 돌아온 소녀와 고양이… "여전히 기적 기다린다"

입력
2023.02.16 21:55
수정
2023.02.1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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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매몰 10일째에도 잇단 구조 소식
소변 마시며 187시간 버틴 당뇨환자도
"시신이라도" 기다리며 떠나지 못해

16일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주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248시간 만에 17세 여성 알레이나 올메즈가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되자 그의 삼촌이 구조대원을 껴안고 있다. 카라만마라슈=AFP 연합뉴스

16일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주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248시간 만에 17세 여성 알레이나 올메즈가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되자 그의 삼촌이 구조대원을 껴안고 있다. 카라만마라슈=AFP 연합뉴스

248시간, 229시간, 228시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에서 구조된 이들이 버틴 시간이다. 인명 구조의 '골든 타임' 72시간을 한참 넘긴 시점에도 생환의 기적은 계속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기준 양국의 사망자만 4만2,000명에 달하지만, 마지막까지 생존자를 찾으려는 노력도 이어진다.

튀르키예 현지 언론인 TRT하베르 방송은 이날 지진 피해가 집중된 남부의 카라만마라슈주(州) 한 아파트 잔해 속에서 알레이나 올메즈(17)가 구조됐다고 전했다. 지진 발생 248시간 만에 세상으로 돌아온 생존자는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구조대로 나섰던 광부 알리 아크도간은 "눈을 깜박이며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었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알레이나의 삼촌은 눈물을 흘리며 구조대원을 한 명씩 껴안았다. 그는 "당신들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알리는 "이 지역에서만 일주일 동안 일하고 있다"며 "살아있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심지어 고양이라도 우리는 행복하다"고 전했다. 알리와 구조대는 같은 날 고양이 역시 248시간 만에 구해냈다. 마찬가지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16일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 248시간 만에 한 구조대원이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한 고양이를 보여주고 있다. 카라만마라슈=AFP 연합뉴스

16일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 248시간 만에 한 구조대원이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한 고양이를 보여주고 있다. 카라만마라슈=AFP 연합뉴스


지진 발생 열흘이 지난 16일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주의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된 고양이가 구조대원의 품에 얌전히 안겨있다. 카라만마라슈=AFP 연합뉴스

지진 발생 열흘이 지난 16일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주의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된 고양이가 구조대원의 품에 얌전히 안겨있다. 카라만마라슈=AFP 연합뉴스

전날에는 229시간 만에 하타이주에서 13세 소년이 구출됐고, 그로부터 1시간 전에도 같은 지역에서 엘라라는 이름의 여성과 그의 자녀들이 생환했다. 엘라는 "오늘이 며칠이냐"고 구조대에게 물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187시간 동안 생존한 62세의 당뇨병 환자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가지고 있던 당뇨병 약과 물 한 병이 다 떨어지자 자신의 소변을 마셨다. 튀르키예 메르신 병원의 의사 데니스 게제르는 "잔해 속에서 5일이 넘도록 살아있다는 건 기적"이라면서도 "소변엔 독이 있어 마시는 걸 권장하진 않는다"고 했다.

현장 못 떠나는 생존자들 "작별 인사라도"

12일 터키 남동부 안타키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파괴된 한 건물의 잔해 앞에 여성들이 앉아 있다. 안타키야=AP 연합뉴스

12일 터키 남동부 안타키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파괴된 한 건물의 잔해 앞에 여성들이 앉아 있다. 안타키야=AP 연합뉴스

극적인 구조 소식이 이어지지만,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 이날 약 4만2,000명에 가까워졌다. 튀르키예에서 3만6,187명, 시리아에서 6,000여 명이 사망했다. 부상자와 실종자도 각각 수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는 일부 지역에서 구조 작업을 중단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구조대도 구호 활동의 무게를 수색 구조에서 이재민 구호로 옮기고 있다.

수색이 마무리되어가는 분위기에서도 생존자들은 파괴된 집 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구조가 아니라면 마지막 '작별인사'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AP통신은 2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튀르키예의 지진 피해 지역을 떠났지만, 수백 명의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며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안타키아에 사는 하미드 야키시클리와 형제들은 추운 날씨에도 거리에서 구조 현장을 지켜봤다. 잔해 사이로 보이는 어머니의 시신을 꺼내기를 바라면서다. "어머니를 묻지 않고는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하미드는 굴착기가 작업을 멈출 때만 잠시 쪽잠을 자고 있다. 아브둘리자크 다글리와 그의 아내는 한 살 손녀가 지진 발생 5일 만에 산 채로 구조된 것처럼 아들과 며느리, 손자도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부부는 이슬람교의 성서인 코란을 읽으며 내내 기도한다.

하미드의 어머니는 지진 발생 230시간 만에 돌아왔다. 자녀들은 이제 어머니를 묻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미드는 "안타키아는 파괴됐다. 여기엔 더 이상 생명이 없다"며 "(지진으로 인한)10만 건의 장례식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포함한 사망자가 더 많을 것이라는 슬픈 예언이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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