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 마약 준 로다주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나

입력
2023.02.18 1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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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오른쪽)와 주니어 부자는 나이가 들어서도 허물 없는 부자로 지냈다. 넷플릭스 제공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오른쪽)와 주니어 부자는 나이가 들어서도 허물 없는 부자로 지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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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한때 마약에 취해 살았다. 그는 어린 아들에게까지 약을 줬다. 아들은 배우가 되나 약물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재활원과 감옥을 여러 차례 오가다가 힘겹게 중독을 벗어났다. 절치부심 끝에 할리우드에서 몸값이 가장 높은 배우가 되기도 했다. 아들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는 아버지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1936~2021)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증오했을까, 아니면 혈육으로서 어찌할 수 없이 사랑했을까.


①언더그라운드 영화의 대가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는 노년이 되어서도 영화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고, 아들은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려 했다. 넷플릭스 제공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는 노년이 되어서도 영화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고, 아들은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려 했다. 넷플릭스 제공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는 유명 감독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알 만한 할리우드 인사는 아니었다. 미국 ‘언더그라운드 영화’(형식과 장르, 자금조달 등이 주류와는 온전히 다른 영화)의 대가로 불렸다. 그는 뉴욕에서 살며 젊은 시절부터 초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영화들은 형식과 규범과 상식에서 벗어났다. 자본의 통제를 받지 않은 만큼 자유분방했다. 엄마와 결혼한 남자를 화면 중심에 내세우는 등 발칙한 상상력으로 자기만의 영화세계를 만들었다. 그는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찍었고, 집에서도 촬영과 편집이 일상이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자연스럽기만 했다.


②영화로 남달랐던 부자 관계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는 아들이 기획한 다큐멘터리를 자신의 입장에서 편집하고 싶어할 정도로 천상 영화인이었다. 넷플릭스 제공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는 아들이 기획한 다큐멘터리를 자신의 입장에서 편집하고 싶어할 정도로 천상 영화인이었다. 넷플릭스 제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버지 영화를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5세 때였다. 그는 아버지 영화에 종종 출연해 재능을 키웠다. (영화에선 묘사되지 않지만) 6세 때부터는 마약에 손을 댔다. 아버지는 자유분방한 영혼이라 마약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개방적이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인생에 드리운 아버지의 그림자는 짙었다.

영화는 부자의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아들이 과거를 돌아볼 때마다 아버지가 젊은 시절 만든 영화들이 등장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어린 시절과 청년 모습이 끼어들기도 한다. 영화는 가족사를 다루는 동시에 미국 언더그라운드 영화의 중요한 역사를 되짚는다.


③아들, 아버지를 기억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거동이 불편해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거동이 불편해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버지를 기억하기 위해 기획한 다큐멘터리다. 파킨슨병에 시달리는 아버지가 곧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영화 속 그의 눈은 종종 물기에 젖는다. 거동이 불편해져 침대에 누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때 특히 그렇다. 아들은 아버지를 탓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남길 유산을 되짚고, 자신의 아이들이 기억해주길 바란다.

마지막 대목은 특히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카메라를 침대 옆에 고정시켜 놓고 도란도란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다. 영화로 다져지고 해시시를 함께 피우며 돈독해진 부자 관계는 유별나나 결국엔 여느 가족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빈 침대, 축제 같은 추모는 슬픔을 강요하진 않으면서도 긴 여운을 남긴다.

뷰+포인트

다우니 부자는 원래 다우니 가문 사람이 아니다. 원래 성은 엘리아스였다.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가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군에 입대하려 양아버지 쪽 이름을 활용하면서 아들까지 이어지는 성이 됐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평범하지 않은 영화들을 만들었던 괴짜답다.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어떤 과정으로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 추정하게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아버지와 살며 이상한 소년기를 보내고 고통스런 청년기를 통과해 성숙하고도 냉철한 ‘아이언맨’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말이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7%, 시청자 91%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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