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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직권남용 인정 안돼… 법원 "수사중단 압력 없었다"

입력
2023.02.15 20: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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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외압' 무죄
"안양지청 수사 포기 종용" 검찰 주장 깨져
"윤대진 압력 가능성에 안양지청 오해 겹쳐"
이성윤 "윤석열 검찰, 사익 위해 기소 의심"

2020년 2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2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중단시킨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61)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5일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검찰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재판부는 부당한 압력이 인정되지 않을뿐더러, 이 위원 때문에 수사가 중단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검찰은 이 위원이 2019년 6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진행 중인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못 하도록 방해했다고 봤다. 당시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이 위원 수사를 주도하면서 보복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검찰은 결국 2021년 5월 이 위원을 기소했다.

검찰은 이 위원의 수사 방해 정황이 여럿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이 배용원 안양지청 차장검사에게 "긴급 출국금지는 법무부와 대검이 협의한 사안"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형근 대검 수사지휘과장이 이 위원 지시를 받아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전화해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해 달라"며 수사 포기를 종용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검찰은 김 전 차관 출국금지에 관여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 위원이 안양지청 수사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이 위원은 그러나 "외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①김 전 차관 출국금지 당시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고 ②사후 수습 과정에서 경위를 파악한 것은 처벌 또는 징계받을 일이 아니므로 수사를 중단시킬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수사 의지를 꺾은 건 (내가 아닌) 안양지청 지휘부"라고도 했다.

법원 "외압 행사했다고 보기 어려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재판부는 "반부패강력부 관계자들이 외압을 행사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 위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긴급 출국금지는 법무부와 대검이 협의된 사안"이라는 이 위원 발언에 대해 "(외압이 아니라) 설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해달라"는 김형근 과장의 전화에 대해서도 "하급자가 (상급자인 안양지청장에게) 무례한 외압성 발언을 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의 언행에 주목했다. 윤 국장이 이현철 지청장에게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 가는데 문제없도록 해달라"며 전화한 사실이 있는데, 재판부는 이를 두고 "이규원 검사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말라는 취지를 포함하고 있어, 보다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안양지청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주문을 오해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학의 출국금지 정보유출 사건 수사결과보고서에 긴급 출국금지 관련 내용을 추가로 기재해달라"는 문홍성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의 요청을 안양지청이 "수사를 진행하지 말라"는 뜻으로 속단했다는 것이다.

결국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연루된 이규원 검사 등에 대한 수사 중단은 이성윤 위원 때문만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최종 결론이었다. 재판부는 "수사 중단은 이 위원 외에도 윤 국장의 전화 연락, 대검 반부패강력부와 안양지청의 의사소통 부재, 안양지청 지휘부의 자의적 판단 등이 경합해 발생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무죄 판결 직후 취재진을 만나 "윤석열 정치 검찰이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 세력이나 사익을 위해 수사하고 기소한 것이 아닌가 심히 의심이 된다"고 밝혔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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