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고작 20만 원 뺏기 위해 발생한 편의점 강도 사건
언론, 열악한 편의점 환경보다 가해자 성향만 부각
업주, 범죄예방 우선한 편의점 매뉴얼 운영해야
8일 밤 10시 50분이 넘은 시간, 인천 계양구의 한 편의점에서 30대 점주가 살해당했다. 사건의 범인은 30대 초반 남성이었다. 8일 밤 사건 직후 그는 출소하면서 부착한 전자발찌도 훼손하였다. 다행히 그는 붙잡혔다. 그의 입에서는 돈을 빼앗다가 흉기로 찔렀다는 표현이 나왔다. 그 돈은 20만 원이었다. 많은 언론은 그가 열여섯 살 때부터 강도질을 반복한 매우 질이 나쁜 범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열여섯 살 때 오토바이를 훔쳤고, 소년보호처분을 받았으며 소년원에서 임시 퇴원하자마자 한 달도 되지 않아 특수강절도 등 5건의 범행을 저질렀던 자라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는 가석방이 되자마자 인천에서 강도 상해사건을 저지른 매우 위험한 범죄자였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를 강조하는 것은 죽은 편의점 사장에게도, 현재 5만 개가 넘는 편의점 사장님들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향후 이러한 범죄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은 없고 아주 위험한 범죄자를 만난 재수 없이 죽은 안타까운 피해자만 부각할 뿐이다. 이 사건은 많은 질문을 갖는다. 이 사회에서 숨 쉬는 시민으로서의 질문은 이렇게 위험한 소년이 왜 소년원에서 임시 퇴원하였으며, 왜 소년원에서 범죄 성향은 교정되지 않았는지, 그리고 경력범죄자로 진화한 그를 왜 아무런 대책 없이 가석방을 해야 했는지가 궁금하다. 범죄학자로서 던지는 질문은, 그렇다면 다른 편의점 업주들은 안녕한가이다. 야간에 운영되는 편의점은 편의점을 지키는 사람도, 열려 있는 편의점 자체도 취약하다. 강도 사건에도 취약하고, 상점 절도에도 취약하며, 진상 손님에게도 취약하다. 그러나 야간 편의점을 지키는 자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비상벨뿐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경찰의 출동을 기다려야 하기에 사후약방문이다.
절도범과 강도범에게 만만한 편의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디자인적 전략도 구사해 볼 필요가 있다. 편의점도 범죄예방 디자인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공공주택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범죄예방 디자인은 셉테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전략이라고도 칭한다. CPTED 전략은 매우 간단한데 자연감시, 접근통제, 영역성을 기본으로 하고 유지관리와 활동장려 요소들을 추가로 강조한다.
편의점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범죄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편의점의 내·외부도 디자인적 측면에서 안전성을 가져야 한다. 범죄 행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쉽다. 광고 전단지가 가득 붙어 있어 내부가 보이지 않는 편의점보다는 내부가 훤히 보이는 곳에서의 범행은 쉽지 않다. 조명이 어두운 곳보다는 밝은 곳에서의 범행이 어렵다. 발각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껌이나 간단한 소품들은 카운터 가까운 곳에 배치해야 할 것이며, 카운터에서도 상점의 맨 끝을 볼 수 있도록 천장과 벽에 각도를 기울인 거울을 설치하도록 한다. 구석에서도 보는 눈이 있다는 메시지는 범죄자에게 중요하다. 20만 원 현금을 뺏기 위해 사람을 찌른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야간 편의점에 현금이 있다는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9시 이후에는 현금을 정산하고, 현금이 없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문에 붙여 전달해야 한다. 물건을 어떻게 잘 파는가에 대한 전략만큼이나 잃지 않으려는 전략도 위기관리 측면에서 매우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편의점을 위한 CPTED 전략 매뉴얼이 제시되어 있다.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할 것, 내부가 잘 보이도록 디자인할 것, 앞의 조경을 다듬어서 입구 시야를 가리지 말 것, ATM은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며, 상품권은 판매시간을 명확하게 공지할 것, 영업시간이 종료되어도 완전 소등하지 않을 것, 볼록거울을 설치하여 취약한 곳이 없도록 할 것, 가격이 나가는 것에는 잠금장치를 할 것, 열쇠를 복사해놓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편의점 업주들은 이러한 장치와 전략을 업주 개인이 실행하기에는 쉽지 않은 현실을 이야기하였다. 본사의 지시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편의점에서 업주와 알바생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 계속된다면 본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 이상 취약하지 않은 편의점을 위해 본사가 판매 전략 이상으로 안전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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