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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는 정치인, 의심하는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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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보호로 피해를 본 발달장애인들에게, 나는 총리로서, 모든 온타리오 주민을 대표하여, 고통과 손실에 대하여 사과합니다. 우리는 고통을 겪은 모든 이들의 기억을 보호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도록 돕고 이 시대의 교훈이 사라지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관련 영상 보기☞https://www.youtube.com/watch?v=WUMUyLKbHJg)
2013년 12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총리인 캐슬린 윈은 발달장애인 시설에 수용되었던 이들에게 그들이 겪어 온 고통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주 의회에 초대된 100여 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총리의 사과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1980년대부터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탈시설 정책을 추진했고, 2009년에는 정부가 운영하던 마지막 발달장애인 시설이 문을 닫았다. 시설에서 살았던 장애인들의 피해에 대해 정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지고, 이어 주 총리가 공개적으로 사과를 한 것이다. 탈시설 정책은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 호주, 스웨덴,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 196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돼 성과를 내고 있다. 국가에 따라 세부적 정책의 차이는 있지만, 장애인이 사회에서 격리된 시설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차별이자 인권침해라고 보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
물론 각국의 탈시설 정책들이 평온하게만 추진되었던 것은 아니다. 중증장애인 자녀가 과연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일까 우려한 장애인 부모들의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고, 시설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적 기관들이 방향을 제시해 왔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옴스테드 사건에서 "정부는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하는 것보다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하며 정당하지 않은 시설 구금은 차별이라고 판결했고, 스웨덴의 의회는 시설을 폐쇄하는 법을 추진하고 통과시켰으며, 캐나다의 주 총리는 시설에 구금되었던 이들에게 사과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장애인 수용시설은 점차 사라지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삶이 실현되어 갔다.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는 사안이라고 해도, 인권의 침해에 대해 묵인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누군가는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
2023년 대한민국에서는 장애인 탈시설이 뒤늦은 화두이다.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아가겠다고 하는 장애인과 인권단체들이 있고, 탈시설의 비용을 우려하거나, 장애인의 안전을 걱정하거나, 돌봄의 부담이 가족들에게 전가될까 두려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는 어려운 문제일수록 공적인 주체들은 책임 있는 태도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최근 탈시설과 관련해 오고 가는 일부 공적 인물들의 발언은 대립과 갈등을 키우는 듯하다. 탈시설이 장애인의 인권문제가 아니라 활동 지원기관의 이익이라는 의심, 장애인이 정말 시설에서 벗어나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시설 문제에 대한 갈등을 악화시키고 해결을 어렵게 한다.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자, 고통받는 자에게 공감하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아쉽다. 우리의 미래는 누군가를 시설에 가두고, 신속하게 나아가는 방향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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