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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아이 함께 읽는, '나의 작은 새' 훨훨 날려 보내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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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마음 백신’입니다. ‘함께 본다, 그림책’은 여백 속 이야기를 통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마음을 보듬어 줄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어린이책 기획자이자 그림책 시민교육 활동가이기도 한 신수진 번역가가 <한국일보>에 4주마다 금요일에 글을 씁니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무렵 양육자들은 만감이 교차한다. 어느 세월에 자라서 제 몫을 해낼까 싶었던 아이가 어설프게나마 자기 일을 알아서 해내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아쉬움과 서운함, 허전함 같은 감정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전 국민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가 항상 강조하듯, 양육의 궁극적 목표는 독립 아니겠는가.
윤강미 작가의 그림책 '미나의 작은 새'는 "멋진 청년으로 성장해준 나의 아들에게"라는 헌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 언제까지고 새장 안에 두고 싶던 작고 예쁜 새가 훨훨 날아가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어른을 위한 그림책만이라 할 수 없다. 헤어짐과 상실은 어른만 겪는 감정이 아니다. 아이들 또한 영원히 자신과 단짝일 것만 같았던 친구와 이런저런 계기로 멀어지기도 하고, 엄청나게 아끼던 애착 인형이나 물건을 잃어버린 뒤 한동안 상실감에 시달리는 경험도 한다. 어린이도 이 책을 통해 이별에 대해 찬찬히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주인공 미나에게는 작은 새가 있다. 미나의 곁에는 귀여운 인형들을 담아 둔 바구니보다 새를 그린 그림, 새에 관한 책들이 훨씬 가까이 자리하고 있다. 미나는 새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숲으로 새를 데리고 간다.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셔 보도록 해주고 싶어서다. 미나는 새가 늘 자기 곁에 있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숲속의 다른 새들처럼 하늘을 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양육자들이 이런 모순된 감정을 한 번쯤 가져 보지 않았을까.
미나의 세계는 단순하고 사실적인 선과 색으로 그려져 있고, 작은 새가 가고 싶어 하는 세계는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에게 영향받은 듯한 환상적인 요소에 우리 민화의 화려한 꽃 모티프가 조화되어 초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미나는 갑자기 휙 날아가 버린 새를 쫓아가다가 자신도 새가 되어 낯선 세계를 탐험한다. 작은 새는 무엇을 좋아할까? 무엇을 하고 싶을까? 새는 원하는 것을 그동안 말하지 못했다. 언어가 서툴거나 달라서 어른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말이다. 미나는 새가 되어 보고 나서야 비로소 새의 마음을 알게 된다.
'장자' 지락 편에는 노나라 군주가 바닷새를 맞이해 잔치를 베풀고 온갖 음식을 대접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새는 한 점의 고기도 먹지 못하고 한 잔의 술도 마시지 못한 채 사흘 만에 죽는다.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지 않았던 노나라 군주처럼, 어른들은 아이가 자신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뜻대로만 하려고 들 때가 많다. 하지만 작고 약한 줄만 알았던 새는 낯선 새떼를 따라 거침없이 날아오르고, 커다란 검은 새의 공격에 맞서 미나를 지켜주기도 한다. 늘 돌봄과 보호의 대상이라고만 생각했던 아이들로부터 어른들이 오히려 배우고 보호받는 순간도 있음을 일깨우는 장면이다.
마침내 미나는 작은 새의 목에 걸었던 빨간 목걸이를 가만히 벗겨 주며 인사한다. "잘 지내.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자기만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이를 응원하는 그림책들은 주로 여성 양육자인 엄마의 관점으로 그려진다. 마음껏 꿈을 펼치다가 힘들면 언제든 엄마 품으로 찾아오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미나는 힘들면 나에게 다시 날아오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렇게 놓아주는 순간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는 것을 직감했기에 미나는 무척 힘들게 작별을 고한다. 새를 만나고 싶다면 미나가 숲으로 찾아가야 할 것이고, 만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숲을 떠나는 미나의 뒤로 새의 세계에 있던 화려한 꽃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니 왠지 마음이 놓인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돌보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관계로 남는 한, 미나와 작은 새는 기쁘게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과 색감도 정말 아름답다. 빨강, 파랑, 노랑의 강렬한 원색이 주된 이야기 전개를 담당하고 배경이 되는 올리브그린 색이 차분하게 감정선을 잡아 준다. 날아갈 듯 경쾌한 제목 디자인, 새장 모양으로 타공된 앞표지, 미나의 방과 새의 숲을 동시에 상징하는 초록색 면지, 그리고 새 모양으로 디자인된 뒤표지의 바코드와 서지 정보까지, 그림책을 이루는 모든 요소에 작가와 편집자, 디자이너의 정성이 담겨 있다. 작은 새를 누구보다 사랑했을 미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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