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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탓에 절차 늦어져도 '지연벌금'은 방산업체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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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은 2010년 10월 방위사업청과 수상함구조함 통영함(3,500톤급)의 설계·건조 계약을 맺었다. 최초의 국내 개발 수상함구조함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 계약의 끝은 아름답지 못했다. 방사청이 대우조선에 계약금(1,764억 원)의 절반이 넘는 1,007억 원의 지체상금(계약이행 지체에 따른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당시 납기 지연은 대우조선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정부가 책임진 관급장비가 대우조선에 늦게 전달되면서 납품이 늦어졌다. 대우조선은 2016년 지체상금 결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걸었고, 2021년 대법원은 납기 지연에 대우조선의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억울하게 배상금을 물 뻔했던 대우조선 사례처럼, 정부 쪽에 과실이 있음에도 방산업체에 부과된 지체상금이 수천억 원(누적)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방산업체가 방사청 발주 사업에서 청구받은 지체상금은 총 1조2,206억 원(방사청 최초 결정 기준)이었다. 이 중 33.6%에 해당하는 4,109억 원의 부과 사유는 '관급장비 입고(공급) 지연 등'이다.
관급장비는 정부가 직접 구매해 방산업체에 공급하는 부품 등이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부품을 늦게 전달하면 업체 입장에선 장비 납품을 늦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계약 지연이 업체 문제가 아닌 정부의 과실로 생긴다는 의미다.
방산업체의 직접 책임 범위가 아님에도 지체상금이 부과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코로나로 인한 해외부품 수급 지연 △해외 원자재 입고 지연 △기상불량으로 인한 시운전 미실시 △협력업체 과실 등도 모두 지체상금 부과 사유로 판단했다. 이런 이유에 따른 지체상금은 185억 원이다.
시험평가 일정 조정으로 납품이 늦어졌다며 지체상금 부과가 결정된 경우도 있었다. 지체상금을 부과받은 한 방산업체 임원은 "국내에 무기 시험평가 시설 자체가 부족해 평가 일정이 밀리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원인에 대한 고려 없이) 납기 지연이라는 결과만으로 업체 잘못으로 판단하는 것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방사청과 군도 이런 '무자비한 지체상금'의 불합리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현행법상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방위사업 계약에는 국가계약법이 일괄 적용되는데, 현행 국가계약법으로는 계약 지연 시 정부가 제재를 가하는 것이 사실상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런 불합리함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10월 방위사업 계약 시 국가계약법을 대체할 수 있는 '방위사업계약체결 및 이행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정부 책임, 불가항력, 실패 가능성이 높은 도전적 연구 등의 이유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땐 업체의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이 뼈대다. 배진교 의원은 "무기체계 개발은 고도의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는 만큼 계약에 따른 위험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며 "방산업체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계약법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현행법 체계 내에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행 방위사업법에도 도전적 연구개발 등 방위사업 계약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특례가 있다"며 "규제 완화를 위해 작년부터 관계기관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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