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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룰' 1000원 메뉴도 사라진다… 곱빼기, 라면사리, 공깃밥 줄줄이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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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사원 이모(38)씨는 최근 업무차 방문한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서 깜짝 놀랐다. 별 생각 없이 늘 먹던 대로 간자장 곱빼기를 주문했는데,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1만 원이 나온 것이다. 간자장 8,000원에 곱빼기 추가 비용 2,000원이 더해진 가격이었다. 이씨는 14일 “고급 중식당이 아닌데도 곱빼기에 2,000원을 받는 걸 보고 폭등한 물가를 실감했다. 이제 자장면도 더 이상 서민음식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고물가 여파로 식당 메뉴판에서 ‘1,000원 메뉴’가 사라지고 있다. 중식당의 ‘국룰(국민 룰)’이던 곱빼기=1,000원 공식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김치찌개, 부대찌개 등을 먹을 때 빠져서는 안 될 라면사리마저 1,500~2,000원을 받는 식당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외식업계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공깃밥 가격 인상을 고민하는 업주들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모두 소비자 머릿속에 1,000원으로 각인된 ‘관습 가격’이라 저항이 만만치 않지만, 식당들은 “본메뉴 가격 인상만으로는 치솟는 재료비와 가스비 등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한국일보가 서울 서대문구 일대 중식당 20곳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곱빼기 비용으로 2,000원을 책정했다. 성북구에서는 중국집 30곳 중 10곳(33.3%)이 1,500~2,000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북구의 한 중식점주는 “식용유, 밀가루, 채소, 가스비, 전기세 등 안 오른 게 없다”며 “자장면 보통 사이즈는 면발 200g, 곱빼기는 300g이 들어가는데 추가 재료 등을 고려하면 최소 2,000원은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식당들은 그동안 ‘공짜’였던 짬뽕 국물이나 자장 소스 역시 1,000~3,000원의 추가 요금을 받고 있다.
찌개 전문점들은 라면사리 가격을 슬그머니 올렸다. 서울지하철 1호선 서울역ㆍ시청역ㆍ종각역 일대 김치찌개ㆍ부대찌개 전문점 20곳 중 6곳(30.0%)이 라면사리 가격(비조리 기준)으로 1,500~2,000원을 받았다. 추가 비용 부담 없는 라면사리 ‘무한리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은 2곳(10.0%)에 그쳤다. 수도권에서 부대찌개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지난해 이미 부대찌개 1인분 가격을 1,000원(9,000→1만 원) 인상했지만 배나 뛴 가스비ㆍ전기료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찌개 가격에 더는 손댈 수 없어 햄, 라면, 떡 등 각종 사리 가격을 1,000원씩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아직 일부 사례에 불과하지만 ‘공깃밥=1,000원’ 불문율을 깨뜨린 식당도 있다.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주변 식당 20곳을 확인해보니 이 중 2곳(10.0%)이 공깃밥에 1,500원 가격을 매겼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일대에선 식당 18곳 중 2곳(11.1%)이 메뉴판에 같은 값을 명시했다. 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봉밥으로 변경하고 1,500원으로 인상하세요. 저항이 덜할 겁니다”, “최상급 쌀을 쓴다고 강조하세요” 등의 인상 ‘팁’도 공유되고 있다.
아예 가격은 그대로 둔 채 공기밥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줄어들다'라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이다.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원래 한 공기당 350g 정도를 담아줬지만 올해부터는 250g 정도로 줄였다. 원가 인상분을 반영하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비스 개념이었던 먹을거리 추가 비용까지 줄줄이 오르자 서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직장인 박모(38)씨는 “자장면 곱빼기를 먹으려면 1만 원을 내야 하는 세상”이라며 “앞으로 자장라면으로 대체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전모(35)씨 역시 “고물가 국면에서도 쌀값은 변동이 없는데, 공깃밥 가격을 은근슬쩍 올리는 곳을 보면 화가 난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괜한 푸념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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