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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에 교육개혁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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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가 뜨거운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 물어봤다. "한국에서 교육개혁이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하지?"
챗GPT는 머뭇거림 없이 술술 답변을 쏟아냈다. "성공적인 교육개혁을 위해서 한국은 다른 나라들처럼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문화·정치적 맥락에 따라 특별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서 7가지 항목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했다.
그건 다음과 같다. ①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재원을 조달하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 ②엄격한 학업 수준과 학생들의 성공에 대한 기대치 충족 ③과학 선도 국가로서 교육에 대한 첨단 기술 적용 ④치열한 경쟁 시스템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정성 확보 사이의 균형 잡기 ⑤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 및 개발 지원 ⑥과도한 경쟁과 압박 때문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의 문제 해결 ⑦교육 과정에 대한 가족과 지역사회의 참여.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지만 제법 근사하다. 적당히 살을 붙이면 꽤 훌륭한 보고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AI의 분석이라고 마냥 신기해하기엔 뼈아픈 대목이 눈에 띈다. 치열한 경쟁 시스템, 과도한 압박, 그로 인해 행복하지 않은 학생들···. 챗GPT는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그렇게 진단했다. '교육개혁' 대신 입시, 대학수학능력시험, 학교폭력 등으로 키워드를 바꿔 질문해도 학생들이 겪는 과도한 경쟁, 압박과 스트레스가 매번 언급됐다. AI의 답변이 거짓일 수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하지만, 챗GPT가 학습한 방대한 데이터에 한국 교육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언급됐을 거란 사실은 부정할 수 없겠다.
문득 궁금해졌다. 챗GPT가 제시한 문제들을 우리 정부는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업무 추진 계획에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과 과제가 담겼다. 학생맞춤, 가정맞춤, 지역맞춤, 산업맞춤의 4대 개혁 분야를 설정하고,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학교 교육력 제고, 첨단분야 인재 육성 등 10대 핵심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단 한 명의 학생도 놓치지 않는 개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기본인권인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첨단 분야의 인재 양성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건데 학생의 '행복'에 대한 내용은 찾을 수 없다. 학생들에게 고통을 주는 치열한 경쟁 시스템에 대한 언급도 없다.
교육부가 학교 교육력을 높이겠다며 제시한 '고교 다양화'는 오히려 경쟁 시스템을 강화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자율형사립고 숫자를 크게 늘렸는데, 고교 서열화와 경쟁 심화의 부작용만 낳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비슷한 정책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교육의 경쟁 시스템은 국제사회에서도 악명 높다.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공교육의 최종 목표는 오직 명문대 입학인 것으로 보인다"며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아동의 발달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경쟁만이 목표인 것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과도한 경쟁 시스템 문제를 외면한 정부의 교육개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교육개혁으로 학생들은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수년 뒤 챗GPT에 다시 요청해볼 생각이다. "한국의 교육개혁을 평가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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