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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찰풍선의 큰 그림?... "글로벌 공중신호 네트워크 2028년 구축"

입력
2023.02.14 17: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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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정찰풍선 개발해 온 중국 기업 EMAST
홈페이지·언론에 '글로벌 정보망 구축' 과정 공개

중국이 미국 영공에 보낸 '정찰풍선'이 4일 미군 전투기에 격추된 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프사이드 비치 바다로 떨어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미국 영공에 보낸 '정찰풍선'이 4일 미군 전투기에 격추된 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프사이드 비치 바다로 떨어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최근까지 '성층권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목표하에 정찰풍선을 개발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영공으로 중국 정찰풍선이 진입하게 된 정확한 이유가 여전히 미스터리인 가운데, 다수의 정찰풍선을 곳곳에 띄워 세계 각국을 감시할 수 있는 정보망을 구축하는 게 중국의 '큰 그림'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추론의 단서는 정찰풍선 개발사로 알려진 중국의 EMAST(Eagles Men Aviation Science and Technology Group) 홈페이지에 있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EMAST는 지난해 '성층권에 여러 정찰풍선을 띄워 전 세계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렸다.

정찰풍선 이름은 '구름 추격자'

EMAST는 이런 계획을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에 빗댔다. 스타링크는 저궤도에 위성 4,000여 개를 띄워 거대 통신망을 구축했는데, 위성 대신 정찰풍선을 이용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EMAST의 구상이었던 것이다.

해당 게시물에서 이 회사는 '2021년 이미 2개의 풍선을 동시에 띄웠고, 2022년에도 3개를 띄울 예정'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소 8만 피트(약 24㎞) 높이에 풍선을 띄워 2028년까지 공중 신호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밝혔다. 이 비행체는 '구름 추격자'라는 뜻의 클라우드 체이서(Cloud Chaser)로 명명됐다.

이뿐이 아니다. EMAST의 '야심'은 최근 수년간 여러 채널로 버젓이 공개돼 왔다. 2017년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위챗 공식 계정에 "(정찰풍선은) 지속적·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하며 정찰과 운항 능력도 있다"고 선전한 게 대표적이다.

언론 보도도 있다. 2019년 중국 관영매체는 EMAST 설립자인 우저(66) 베이항대 교수가 6만 피트(약 18㎞) 고도에서 풍선이 지구 한 바퀴를 돌게 하는 실험을 설명하는 모습을 전했다. 당시 우 교수는 컴퓨터 화면을 가리키며 "저곳이 미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찰·운항 능력 있다"... '불가항력' 해명 설득력 잃나

다만 현재로선 EMAST가 최근 미중 간 정찰풍선 사태에 연루돼 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지난 4일 미군 전투기에 격추된 중국 정찰풍선이 EMAST의 '클라우드 체이서'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러나 의심되는 정황은 여럿이다. 중국 비행체 개발 권위자인 우 교수는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설계 지원 △중국군 자문위원 활동 등의 전력을 비롯, 중국 군수 개발에 깊이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EMAST 홈페이지도 현재 폐쇄된 상태다. 이 회사는 정찰풍선 사태와 관련, 미국의 제재 대상 기업 6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로선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 미군이 격추한 정찰풍선에 대해 중국 정부는 줄곧 "민간 기상관측용이며, 불가항력적으로 미 영공에 진입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성층권 감시망' 구축을 위해 중국 기업이 정찰풍선을 개발해 왔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어졌다. 앞서 미 국무부는 중국이 최근 수년간 5개 대륙 40개국 이상에 고고도 정찰풍선을 보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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