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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딨어?" "엄마한테 냄새 나" 부모 빼앗고 트라우마 안긴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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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엄마, 아빠 어딨어요? 지금 절 납치하려는 건가요?"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더미에서 구조된 튀르키예 어린이의 첫 마디다. 기적적으로 생환한 어린이들은 전부 엄마, 아빠부터 찾는다. 그러나 부모가 한 명이라도 살아남았을 확률은 희박하다.
#. "엄마 몸에서 악취가 나서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이렘(19)은 죽은 엄마 곁에서 사흘을 버텼다. 차라리 엄마가 옆에 없었으면 하고 바랐을 끔찍한 시간을 보냈다.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의 무너진 5층 아파트 잔해에 매몰됐던 그는 9일 오전 언니(24)와 함께 구조됐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이 어린이 생존자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새기고 있다.
지진 발생 9일째 수색·구조 현장은 종말론을 다룬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13일(현지시간) AFP통신이 보도했다. 거리에는 바디백(시신 보관 주머니)에 담기거나 담요로 둘둘 말려 있는 수십 구의 시신들이 늘어서 있다. 아이들은 구조대원들이 이미 부패가 시작된 시체를 수습하는 장면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다. 집과 친척 12명을 잃은 튀르키예인 세르칸 타도글루(41)씨는 "충격을 받은 막내딸이 '아빠, 우리 죽는 거야?'라고 계속 묻는다"며 "아이를 껴안고 '다 괜찮을 거야'라고 해줄 뿐"이라고 말했다.
보호자를 잃은 어린이들은 가장 취약한 존재다. 튀르키예에서만 구조된 어린이 최소 574명이 졸지에 고아가 됐다. 이 중 76명만 친척 품에 안겼다.
난리통에 부모와 생이별한 어린이는 튀르키예에서만 최소 1,362명이다. 데리아 야니크 튀르키예 가족사회부 장관은 "1,362명 가운데 가족과 재회한 건 369명뿐"이라며 "특히 아이 291명은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 역시 필사적으로 자녀를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하타이의 아동지원센터에서 일하는 해티스 고즈씨는 "실종된 아이를 찾는 전화가 빗발친다"며 "말을 할 수 없는 아이는 가족들을 찾을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성인들 역시 참혹한 재난을 마주하기 쉽지 않다. 공포와 무력감을 호소한다. 튀르키예 아다나 지역에서 급식 봉사 중인 비영리 식량구호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 설립자 주제 안드레아스는 "안전이 담보된 경우에도 노숙을 하지 집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며 "집이 무너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미국 CNN방송에 말했다.
이재민들의 '텐트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심리학자 수에다 데베치는 "한 어머니는 '모두가 내게 강해지라고 하지만 아이들을 돌볼 수 없고, 밥을 먹을 수조차 없다'고 호소했다"며 "어른들도 아이들만큼 정신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만6,000명 이상이 숨지고, 튀르키예에서만 75만 명이 거리에 나앉은 상황에서 심리 지원은 사치인 상황이다. 무자비한 지진은 주민들의 정서적 버팀목이 되어줄 공동체마저 무너뜨렸다. 14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살던 이스켄데룬의 오르칸 아파트에서는 4층에 살던 페르다네씨 등 3명만 생존했다. 가족은 물론 차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자주 왕래했던 나머지 이웃 모두 실종 상태다.
아동권리전문가 에신 코만은 "가족을 잃은 이들에겐 정신적 지지자가 되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사회적 관계망까지 파괴되면서 장기적인 트라우마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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