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송시장, 환골탈태의 지혜를 모으자

입력
2023.02.15 04:30
25면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 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 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0년 시행한 안전운임제는 적정운임을 화물차주에게 보장하고, 운전자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컨테이너, 시멘트 운송 차량에 한해 3년 일몰제로 시행된 바 있다. 지난 연말, 일몰 기한을 코앞에 두고 역대 최장기간의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 끝에 일몰되었다.

화물운송 계약은 사적 자치의 영역이다. 따라서, 화물운임은 당사자 간 가격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 시장 원리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안전운임제 영향으로 운임이 지나치게 경직되었고, 이를 위반하는 화주와 운송사는 과태료 처분을 받는 등 시장경제에서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제도였다.

게다가 지난 3년간 시행한 결과, 교통안전 제고 효과는 불분명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컨테이너 운임은 약 30% 이상 인상된 데 반해,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이었던 견인형 화물차는 시행 이전보다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약 43% 증가했고, 교통사고 건수도 약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자동차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약 13% 감소하고, 교통사고 사고건수는 약 12% 감소한 것과 비교할 때 오히려 악화된 수치이다.

안전운임제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국가에서만 유사한 제도를 시행했거나 운영 중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정부 차원에서 화물운임을 규정하고, 화주를 처벌하는 조항을 둔 사례는 없다.

안전운임제라는 용어도 고민해 볼 문제다. '안전'이라는 단어가 도입되면서 운임 문제가 가치문제로 전이돼 버렸다. 오히려, 안전에 대한 논의의 영역을 운임으로 좁혀 버린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해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을 이유로 두 차례의 집단운송 거부에 돌입했다. 이해관계자 간 갈등 상황을 지속하면서까지 안전운임제를 고수해야 할 이유는 매우 낮아 보인다.

정부는 최근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개편하겠다는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차주의 소득은 계속 보호하되, 화주와 운송업체 간 운임, 즉 기업 간 계약은 가이드라인 방식으로 관리하겠다고 한다. 국회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환영할 만하다.

운임제도 개편으로 그칠 것은 아니다. 화물차 교통안전 확보는 물론, 영세 차주의 처우 개선을 목표로 화물운송시장 전반에 고착화된 지입제 등 불합리한 관행 개선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도 국민의 편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담대한 논의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박민영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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