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 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블루웨일 1.0’
‘한빛-TLV’ 발사체, 우나스텔라 발사체 등
33조원 세계시장, 우리 기업도 도전할 때
우주에 뭔가를 보내고 싶다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가 있다. 우주에 올려 보낼 물건을 실을 위성체와 우주로 위성체를 올려 보내줄 운송 수단, 즉 발사체이다. 1992년에 우주로 간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 이후 30년 동안 우리나라에 인공위성은 20개 이상 올라갔다. 하지만 발사체는 2013년에 발사된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 이후 딱 10년 만인 2022년에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뿐이다. 나로호와 누리호 모두 정부 주도로 오랫동안 개발한 로켓이다.
정부 주도로 우주 개발의 모든 것이 이뤄진 시대를 올드스페이스라고 한다면 최근에는 민간에서 우주 개발을 추진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이를 뉴스페이스라고 부른다. 이런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민간 기업들이 한국 최초 민간 우주발사 서비스 기업이 되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공격적인 신규 투자를 거듭 유치하며 발사체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충남대학교의 학부생, 대학원생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청년 회사로, 업계에서는 잠재적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투자은행에 따르면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 2018년 창업한 후 누적 470억 원대의 투자를 받았고, 올해 기술특례 상장도 추진한다. 또한 연내 발사체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발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도전적 목표도 제시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길이 20.6m의 2단형 소형 우주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블루웨일 1.0'이라 불리는 이 발사체는 150㎏ 위성을 500㎞ 상공에 올릴 수 있고 액체 메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액체 로켓이다.
국내 최초로 고체 연료와 액체 산화제를 혼합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로켓을 개발 중인 이노스페이스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이노스페이스는 한국항공대 출신 박사들이 만든 회사로서 발사체의 핵심 기술들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이다. 이노스페이스의 엔진비행성능 검증용 시험발사체 '한빛-TLV'는 지난해 12월에 브라질에서 발사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와 기술 오류 등으로 발사하지 못했다. 올해 2, 3월에 다시 한 번 발사에 나설 계획이다. 한빛-TLV는 추력 15톤급 하이브리드 로켓엔진을 쓰는 1단 소형발사체다. 길이 16.2m에 중량은 8.4톤이다. 하이브리드 로켓은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고체 로켓의 장점과 추력 조절이 가능한 액체 로켓의 장점을 융합한 기술이다. 이번 시험 발사는 발사체 엔진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고, 소형발사체 '한빛 나노'를 내년에 발사할 계획이다. 50㎏ 이하의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하는 발사체이다.
우나스텔라는 국내 최초로 유인 발사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2월 설립됐고, 고도 100㎞까지 유인 우주 비행을 할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해 준궤도 우주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자체 개발 중인 연소기의 지상 연소 성능 시험을 성공했다. 이 연소기는 지상 추력 5톤급으로 누리호와 동일한 추진제 조합인 케로신과 액체 산소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우나스텔라는 누적 투자금액 60억 원을 달성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기술을 이전받을 민간 기업으로 선정됐다. 얼마 전 영국의 버진 오빗이 항공기에서 발사체를 발사했던 것처럼, 대한항공도 공중 우주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2027년 세계 우주발사체 시장 규모는 약 3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우주발사체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생태계도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소형위성을 저렴한 비용으로 발사할 수 있는 소형발사체는 소형위성 개발을 촉진하고, 결국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도약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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