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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부패한 정부가 구조 포기" 고립된 시리아의 눈물

입력
2023.02.14 08:10
수정
2023.02.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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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 와합 '헬프 시리아' 사무국장
"시리아도 상황 심각... 관심을" 호소
"정부군 서구 제재 핑계 속 구조 포기"
국제 구호의 손길도 닿지 못한 북서부

11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주 진데리스에서 한 소년이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지진으로 붕괴한 건물 잔해 더미에 앉아 있다. 이 소년은 시리아와 인접한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지난 6일 발생한 강진으로 가족을 잃었다. 진데리스=AFP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주 진데리스에서 한 소년이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지진으로 붕괴한 건물 잔해 더미에 앉아 있다. 이 소년은 시리아와 인접한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지난 6일 발생한 강진으로 가족을 잃었다. 진데리스=AFP 연합뉴스

시리아 서북부가 지진 피해·내전·고립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대지진 피해가 막대한데도 반군 통제지역이라는 이유로 구조작업은커녕 정부군의 폭격이 계속된다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국제 구호품조차 거의 전달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악몽에 시달리는 시리아 북부를 위한 지원 호소가 나온다.

압둘 와합 '헬프 시리아' 사무국장은 13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나와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 지역을 다 고립시키고 매일 폭격을 해왔는데, 지진이 일어난 후에도 계속 12일에도 (지진 피해 지역에) 폭격을 했다"며 "국제 구호물자를 전달할 방법까지 모두 막아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시리아인 1호 유학생으로 한국에 온 뒤 한국에 귀화했다.

그러면서 "튀르키예와 협의해 시리아 북쪽에 구호 물자를 보냈던 유엔(UN)도 (도로 파손을 이유로) 길이 막히고, 게이트가 닫혔다며 물자를 보내지 않았지만, 시리아로 가는 길은 계속 열려 있었고 문제가 없어서 구호물자를 보내고자만 했다면 보낼 수 있었다"며 UN조차 제 역할을 하지 않아 현지에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시리아·튀르키예 간 유일한 인도적 교류 루트인 ‘밥 알 하와’ 지역을 통한 지원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반군 측 구조대인 '하얀 헬멧'은 "유엔에 구조 작업을 위한 긴급 지원을 요청했지만 수일간 무시됐다"며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생명이 불필요하게 희생됐다"는 입장을 냈다.

이와 관련, 마틴 그리피스 UN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대하던 국제적 지원이 도착하지 않아 시리아 북서부인들이 당연히 버림받았다고 느낄 것"이라며 "내 의무는 이 실패를 가능한 한 빨리 바로잡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2일(현지시간) 시리아 아타렙에서 지진 피해 주민들이 유엔에 항의하는 손팻말을 들고 파괴된 집 잔해에 서서 시위하고 있다. 아타렙=AP 뉴시스

12일(현지시간) 시리아 아타렙에서 지진 피해 주민들이 유엔에 항의하는 손팻말을 들고 파괴된 집 잔해에 서서 시위하고 있다. 아타렙=AP 뉴시스

서방 국가들과 맞서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의 관할지라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내놨다. 압둘 와합 사무국장은 "시리아 정부군은 완전히 무능하고 부패가 너무 심해서 전혀 관심도 없고 구조하지도 않았다"며 "자신들이 '우리가 구조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기 어려우니 항상 '서구 제재 때문에' 어렵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든 지진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에서 '제재를 풀어주면 우리가 지진에 갇힌 사람들을 도와주겠다', '구호물자는 정부군에만 보내주라', '그래야 사람들을 구하겠다' (국제사회 교섭에 이용) 한다"고 보탰다. 그는 심지어 "시리아 정부군이 받았던 지원을 다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지원 움직임을 두고는 "따뜻한 분들이 튀르키예를 위한 지원 캠페인을 많이 펼치고 있는데, 한국과 시리아가 외교관계가 없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리아 서북쪽의 피해도 너무 심각하다"며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라 시리아 안으로도 구호물자 지원이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시리아 북서부를 직접 지원하기 위해서는 튀르키예를 통해 이 지역을 돕는 UN이나 국제기구를 통할 수 있다고도 소개했다. 그는 "헬프시리아도 여러 단체와 연대하면서 18일 직접 튀르키예에 가서 시리아 북쪽으로 구호물자를 보낼 예정"이라며 도움을 호소했다.

시리아 강진 피해 현장에서 10시간 만에 탯줄이 달린 채 극적으로 구조된 신생 여아가 지난 7일(현지시간) 알레포주(州) 아프린 어린이병원의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진은 아기에게 아랍어로 기적을 뜻하는 '아야'(Aya)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아프린=AP 연합뉴스

시리아 강진 피해 현장에서 10시간 만에 탯줄이 달린 채 극적으로 구조된 신생 여아가 지난 7일(현지시간) 알레포주(州) 아프린 어린이병원의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진은 아기에게 아랍어로 기적을 뜻하는 '아야'(Aya)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아프린=AP 연합뉴스

미국 CNN도 9일 시리아의 심각한 상황을 전하며 "12년간 내전을 치러 온 시리아는 정부와 반군이 통제하는 지역이 나뉘어 정확한 인명 피해 집계는 물론 구호 활동도 원활하지 못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심지어 지진 이전부터 빈곤 문제가 심각했으며, 콜레라까지 유행했다고 CNN은 전했다.

CNN에 따르면 정부 측이 "반군 쪽에 구호 물품이 전달돼선 안 된다"고 막아서는 바람에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UN OCHA)의 구호 물품을 실은 수송대조차 9일에서야 튀르키예를 통해 시리아로 향했다.

골든 타임이 흘러가는 동안 '하얀 헬멧' 민간 구조대는 열악한 장비로 구조 활동을 펼쳤고, 지진 첫날인 6일 알레포의 건물 잔해 속에서 엄마의 탯줄을 단 채로 발견된 신생아를 구조하기도 했다. '아야'(Aya·아랍어로 기적이라는 뜻)라는 이름의 이 아기의 구조 장면은 보도 사진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기적의 신생아'로 알려졌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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