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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 풍선, 미국은 네 번 격추했는데… 일본은 보고도 격추 못하는 이유

입력
2023.02.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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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피난' '정당방위' 조건 해당 여부 불분명
높은 고도·느린 이동 속도 등 기술적 문제도

2020년 6월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 상공에서 목격된 하얀 물체. 미군이 '중국 정찰풍선'이라며 6일 격추한 비행 물체의 형태와 거의 비슷하다.

2020년 6월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 상공에서 목격된 하얀 물체. 미군이 '중국 정찰풍선'이라며 6일 격추한 비행 물체의 형태와 거의 비슷하다.


미국이 중국의 ‘정찰풍선’이라며 격추한 것과 비슷한 비행 물체가 일본에서도 과거 몇 차례 목격됐었으나 일본 측에선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풍선에 대해서도 “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자위대가 이런 물체를 격추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13일 지지통신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에서 정찰풍선과 비슷한 비행 물체가 목격된 것은 지난 2020년 6월과 2021년 9월이다. 미야기현 센다이시 등 도호쿠 지역 상공에서 발견됐으므로 일단 영공 침범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위대는 레이더로 감시하는 정도에 그쳤고, 전투기 긴급 발진 등 중국·러시아 항공기가 영공을 침범했을 때와 같은 식의 대응은 취하지 않았다. 고노 다로 당시 방위장관은 “안전보장에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높은 고도를 천천히 이동하므로 레이더로 감시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정찰풍선 같은 비행 물체도 무기를 사용해 격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자위대법 제84조에 규정된 조치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일본 자위대법은 영공을 침범한 항공기 등을 강제 착륙이나 퇴거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긴급 피난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경우 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현행법상 자위대가 실제로 풍선을 격추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다.

먼저 기술적 문제가 있다. 풍선은 전투기 고도보다 매우 높은 고도를 천천히 날고 있어 일반 전투기로 대응하는 게 쉽지 않다. 항공자위대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오리타 구니오 레이타쿠대 특별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음속보다 빠른 전투기에서 풍선 상황을 확인한다는 것은 주행 중인 신칸센에서 휙휙 지나가는 전봇대를 관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세한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11일(미국시간) 캐나다 영공에서 발견된 미확인 비행 물체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투기인 미군의 F-22 랩터가 출격해 격추한 것도 이 기종이 높은 고도에서 활동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렴하게 운용할 수 있는 무인기나 풍선을 상대로 고성능 전투기가 매번 긴급 발진할 경우 상대적으로 큰 비용이 소모돼 비효율적이다.

무엇보다 자위대법상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하다. 한 방위성 간부는 지지통신에 “성층권을 날고 있는 풍선의 위험이 ‘긴급 피난’이나 ‘정당방위’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라며 “외교 문제가 될 수 있어 정치적 판단도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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