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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는 잊혔다"… 국제 구호 부족·정권 탄압에 허덕이는 지진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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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도, 원조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지금까지 주어진 거라곤 신의 자비뿐입니다."
12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州)의 작은 마을 브사니아의 주민 아부 알라씨는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적막한 도시의 풍경을 이렇게 전했다. 이 지역은 튀르키예의 최남단 도시 안타키아에서 1시간 정도 차를 달리면 닿는 곳이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온 구조·구급대원과 탐지견, 중장비가 거리를 메우고 구급차 사이렌이 밤새 울리는 이웃 도시 안타키아와는 달리 고요하기만 하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건 튀르키예든 시리아든 매한가지다. 그러나 재난 이후 상황은 전혀 다르다. 세계 각국의 지원이 이어진 튀르키예와는 대조적으로 시리아의 경우 부족한 인력 문제로 생존자 수색마저 중단했다. 13년째 내전에 시달리는 시리아는 피해 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시리아 정부와 구호 단체의 공식 발표를 종합하면, 현재 사망자 수는 4,574명에 달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소 9,300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기관별로 제각각인 셈이다.
시리아에서 이번 지진이 '재앙 속 재앙'이 된 이유는 복잡한 내부 사정 탓이 크다. 시리아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독재에 반발, 2011년 시작된 내전이 계속되며 가뜩이나 빈곤에 시달려 왔다. 특히 지진 피해를 입은 북서부 지역은 반군의 근거지다. 아사드 정권은 그간 인도적 지원마저 막았다가 재난 발생 닷새 만에야 이를 허락했다.
정부의 뒤늦은 승인에도 지원의 손길은 좀처럼 피해 지역에 닿지 않고 있다. 세력 간 갈등 때문이다. WHO는 구호물자를 보내는 것과 관련, 해당 지역을 장악한 무장단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등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HTS 측은 "지진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아사드 정권이 (반사)이익을 본다"는 이유로 소극적이다. 또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반군 측에서 쿠르드족이 보낸 구호품을 실은 차량을 막는 일도 벌어졌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국제사회의 '인도주의'도 차별적이다. 100개국이 넘는 나라가 튀르키예를 돕는 반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는 아사드 정권의 우방인 러시아와 이란, 중국과 인접한 아랍권 국가 등만 지원에 나섰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지원을 위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시리아 정부가 비극을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지칠 대로 지친 시리아인들은 포기 상태다. 이들리브주를 찾은 BBC는 "시리아인들은 여러 번 버림받았고, 무시에 익숙해졌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시리아 반군 측 민간구조대 '하얀 헬멧'은 전날 국제사회의 외면과 아사드 정권의 통제 등으로 생존자 수색을 중단한 상황이다. 시리아 알레포에 사는 한 청년은 친척의 시신을 찾은 무너진 건물 잔해를 계속 뒤지고만 있다. 침구 등을 찾으려 한다는 그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했다.
제대로 된 국가를 갖지 못한 탓에 시리아 바깥에서 겪는 설움은 '내전의 고통'보다도 더할 지경이다. 전쟁을 피해 튀르키예에서 살던 시리아 난민은 이번 지진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 우호적이었으나 경제난 심화로 난민에게 각박해진 튀르키예에서 지진은 차별의 도화선이 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튀르키예 안타키아에서는 구호품을 자국민에게만 전달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시리아인이 지진 희생자의 시신에서 귀중품을 훔쳤다"는 뜬소문도 돌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튀르키예인 툴린 쿠세이리씨는 "안타키아에 더 이상 시리아 난민이 와선 안 된다"며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시리아인보다는 튀르키예인을 돌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도 시리아 지진 피해자 구호 실패를 자인하고 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총장은 이날 "시리아 북서부의 사람들은 버림받았다고 느낄 것"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이런 원조 실패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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