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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주주자본주의' 이미지 개선...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

입력
2023.02.15 14:00
수정
2023.02.15 14: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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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저격! 행동주의 펀드]
소액 주주 시장 참여 증가하자
'투기 자본'→'주주이익 극대화'
"지배구조는 허울" 의심 여전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 사례. 그래픽=강준구 기자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 사례. 그래픽=강준구 기자

기업가치 제고 vs. 시세차익 노리고 '먹튀'

행동주의 펀드에 따라붙는 상반된 평가다. 외국계 헤지펀드가 주를 이뤘던 초창기엔 그들이 챙긴 막대한 시세 차익에 주목해 '투기 자본'이란 인식이 강했다.

한국 시장의 첫 행동주의 펀드는 미국계 타이거펀드로 알려져 있다. 1999년 타이거펀드는 SK텔레콤 지분 9.85%를 확보한 뒤, 사외이사 수 확대, 배당금 상향 등을 요구했다. SK텔레콤은 이를 수용했고, 경영권 방어에 추가로 2조 원을 썼다. 주가가 오르자 타이거펀드는 6,300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먹튀' 이미지를 남긴 건 영국 헤르메스인베스트먼트다. 2004년 삼성물산 지분 5%를 사들인 뒤 인수합병 의사까지 밝혔지만, 약 380억 원의 차익만 챙겨 떠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는 분사와 특별 배당을, 현대차 계열사엔 14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요구한 미국계 엘리엇매니지먼트 이후, '기업 사냥꾼'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러나 2020년 '동학개미 운동'으로 소액 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활발해진 이후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순기능이 부각되고 있다. '오너리스크' 해소, 재무구조 개선, 의결구조 투명화 기대감에, 타깃이 된 기업들 대부분 주가가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14일 기준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올 들어 52% 뛰었고, 오스템임플란트는 36% 상승했다.

때마침 토종 펀드의 행보도 활발해진다. 가장 최근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에 반대했다. 대주주의 회사라는 이유로 흥국생명을 돕는 것은 "소액주주를 희생하는 결정"이란 논리였다. 안다자산운용은 KT&G에 한국인삼공사(KGC)를 분리상장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부하자 이후 KT&G 주가는 8% 빠졌다.

고까운 시선은 여전하다.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면서 '외관상' 지배구조를 강조한다는 의심이다. 다음달 주주총회 시즌을 앞둔 재계를 중심으로 포이즌필, 황금 낙하산 등 경영권 방어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포이즌필은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제도다. 황금낙하산은 이사가 임기 전에 물러날 경우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게 해 인수 비용을 높이는 방법이다.

글 싣는 순서

① "주당 12만 원? SM3.0 성공하면 3년 뒤 30만 원"... 행동주의 펀드의 확신 (https://c11.kr/1ar2h)

② 이창환 "SM엔터 책임지고 장기 투자... '먹튀' 안 해요" (https://c11.kr/1ar2j)

③ "'나 혼자 컸다' 아직 착각 속에 사는 기업"... 강성부의 일침 (https://c11.kr/1ar2o)

④ '먹튀→주주자본주의' 이미지 개선...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 (https://c11.kr/1ar2t)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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