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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vs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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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 사흘간의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연단에 가장 많이 불려 나온 인물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었다. SNS에는 한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 설전이 담긴 영상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한 장관 한 명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은 융단폭격을 퍼부었고, 한 장관은 속사포처럼 질문을 질문으로 되받아치는 예의 ‘한동훈 화법’으로 능수능란하게 맞섰다. 마치 액션 영화에서 주인공(히어로이든 빌런이든) 혼자 열댓 명과 맞서 싸우는 듯했달까.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와 관련해 정청래 의원의 계속되는 질문에 한 장관은 “언제 적 얘기를 아직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말이 어떻게 나오냐”는 식으로 요리조리 비껴갔다. “묻는 말 중심으로 답하라”는 지적엔 “묻는 말이 이상해서 그렇다”고 응수했다. 한 장관의 답변 태도에 빗댄 정 의원의 ‘아주까리 기름’ 발언은 이래저래 화제가 됐다. 김민석 의원은 문답 중에 점점 감정이 끓어오르다 결국 “오만하게 대답하지 말라”고 폭발했다.
□특정 부분만 잘라내 왜곡을 낳는 ‘짤’들도 많았다. 고민정 의원은 한 장관에게 이런저런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대법원 판결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었고, 대부분의 영상은 한 장관의 어이없어하는 표정의 답변으로 마무리됐다. 바로 이어진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질의에서 위안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데, ‘짤’만 본 이들은 고 의원의 굴욕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 사람만 팬다’는 전술을 폈지만, 결국 ‘한 방’은 없이 곁가지 시비만 걸다 끝났다. 한 장관이 정작 중요한 질문에는 “사안의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식으로 비껴가며 ‘깐족 화법’을 점점 늘려간 것도 그런 자신감의 발로로 보인다. 오죽했으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우리 때는 보좌관과 의원 등이 머리를 맞대고 팀플레이를 했지만, 지금 민주당은 개인플레이를 하는 탓에 한 장관에게 번번이 깨진다”고 했을까. 결국 한껏 무거워야 할 대정부 질의는 가벼운 코미디로 전락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질의를 만만히 여기는 한 장관, 그저 한 장관과 기싸움만 하려 든 민주당 의원들의 합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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