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국민작가 오르한 파묵 NYT 기고 "정부는 어디에 있나"

입력
2023.02.13 16:12
수정
2023.02.1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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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 민음사 제공

오르한 파묵. 민음사 제공

"우리 국민이 이렇게 화내는 걸 본 적이 없다."

튀르키예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르한 파묵(71)이 미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튀르키예 정부를 작심 비판했다. 지난 6일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북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양국의 누적 사망자 수가 3만 명(12일 기준)을 넘겼지만,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피해자들의 고통이 증폭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다.

파묵은 11일 NYT 기고에서 "구호물자가 파견되었지만 구호품을 실은 트럭은 피해 지역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 몇 시간 동안 갇혀 있다"며 "아무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지진 발생 이틀 후 일부 구호물자들이 피해 지역에 도착했지만, 너무 미약하고 늦었다"고 꼬집었다.

파묵은 "정전과 통신망 혼선으로 도로가 폐쇄되고 휴대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작은 지방 도시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며 "집, 가족, 사랑하는 사람 등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강진의 여파로 도시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해 아무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민들은 모든 공무수행 차량, 경찰 또는 공무원의 길을 막고 항의하기 시작한다"며 튀르키예 국민들의 분노를 전했다.

파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재난 당시 영상과 사진을 두고 '종말론적 수준'이라 표현했다. 그는 "재난의 규모 자체도 놀라운 수준이지만, 지진만큼이나 군중을 절망하게 만드는 것은 '참혹하게 버려졌다는 감정'"이라고 꼬집었다. 어떻게든 휴대폰으로 촬영해 SNS에 게시된 피해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와 구조대는 어디에 있나?'라고 외치는 것 같다"며 이재민들의 절박한 감정을 전달했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파묵은 튀르키예가 자랑하는 세계적 작가다. 평생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살았고,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한 고향에 대한 감상을 사실적이고 꾸밈없이 풀어낸 에세이집 '이스탄불(민음사 발행)'을 출간해 '이스탄불의 작가'라고도 불린다.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규모 7.8 지진이 발생한 6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피해지역인 디야르바크르의 붕괴한 건물 앞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고 있다. 디야르바크르(튀르키예)=로이터 연합뉴스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규모 7.8 지진이 발생한 6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피해지역인 디야르바크르의 붕괴한 건물 앞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고 있다. 디야르바크르(튀르키예)=로이터 연합뉴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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