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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 패싱 논란 부른 풍선 사건

입력
2023.02.14 00:00
27면
미국이 4일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자국 영토에 진입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4일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자국 영토에 진입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 국방부는 중국이 과거에도 미국에서 풍선으로 정찰 비행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번 스파이 풍선은 다음의 점에서 다르다. 첫째, 미국 영토에서 며칠에 걸친 오랜 시간을 보냈고 특히 미국의 매우 민감한 군사 시설이 있는 지역을 어슬렁거렸다. 둘째, 블링컨 장관의 베이징 방문 직전, 즉 미중 관계가 매우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 셋째, 일반 미국 시민들이 육안으로도 볼 수 있었고 방송국이 이를 생중계하면서 미국 국내 정치적 파문이 일파만파 커졌다.

이번 사건으로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비판자들은 농담으로 '이번 사건은 바이든이 얼마 만에 풍선을 격추하는지 중국이 테스트해본 것'이라고 조롱했다. 설사 바이든 정부가 풍선을 즉각 격추하지 않은 이유가 풍선 관찰을 통해 중국에 대한 '역정보 수집'이라 해도,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가 보낸 풍선이 미국 영공을 며칠간 태연히 가로지르게끔 방치한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중국 권력 지형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중국 외교부가 사건 발발 후 미국 외교관이 풍선에 대해 처음 문의했을 때 완전히 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보도다. 이는 인민해방군이 이번 '풍선 작전'을 중국 외교부에 사전에 통보해주지 않았다는 개연성을 제시하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 인민해방군이 독자 행동을 했다는 주장인데, 이는 과거에 선례가 있다.

2011년 1월 인민해방군은 그때까지 베일에 가려 있던 중국 스텔스 전투기 J-20의 시험비행을 당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방중 기간에 맞춰 시행하는 담대함을 보였다. 게이츠는 후진타오 주석과 면담 중 이 일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놀랍게도 후진타오는 이 일을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당황해했다(뉴욕타임스 2011년 1월 11일 자).

일부 분석가는 이를 중국 문민 지도자의 인민해방군에 대한 통제권 실추로 해석했다. 당시 이 사건은 중국에서 군대의 증가하는 힘과 영향력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비쳤다.

이번 '풍선 사건'의 경우에도, 중국 외교부가 인민해방군의 작전을 애초에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정황을 미국 측은 파악한 듯하다. 이는 또한 중국 권력 위계 지형에서 외교부가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한다.

중국의 권력 지형에서 외교부는 선전부, 조직부 및 다른 주요 기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기관으로 간주된다. 심지어 일부 해외전문가는 중국에서 외교부가 "외교정책에 대해 발언권이 거의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The Diplomat 2022년 2월 4일 자).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자신의 이익과 영향력을 더욱 광범위하게 주장함에 따라 중국 외교부도 점점 더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시진핑 주석이 과연 몰랐을까 하는 질문도 나오고 있다. 시진핑은 인민해방군을 지휘하는 중앙군사위원회의 주석이기도 하다. 그는 전체 해외 정보수집 프로그램에 대해 거의 확실하게 브리핑을 받았겠지만, 오래전에 계획된 이번 특정 임무에 대해서는 정보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좀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이성현 조지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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