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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레임덕→탄핵... 험해지는 '친윤 시나리오'의 진화

입력
2023.02.13 08:45
수정
2023.02.1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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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김기현 측 신평 변호사 "윤 대통령 탈당"
② 후폭풍에도 또 "윤 대통령 레임덕 가능성"
③ 이번엔 김 후보가 직접 "탄핵..."
험해지는 '친윤 시나리오' 키워드에 발칵

윤석열(왼쪽 사진부터)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바라카 원전 관련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신평 변호사가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의창구 당원간담회에서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동작구갑 당협 당원간담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연합뉴스. 뉴시스

윤석열(왼쪽 사진부터)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바라카 원전 관련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신평 변호사가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의창구 당원간담회에서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동작구갑 당협 당원간담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연합뉴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끊임없이 불려나오고 있다. 때아닌 탈당론, 신당 창당설, 레임덕, 탄핵 가능성이 불거지면서다. 거론될수록 윤 대통령에게 득이 될 리 없는 독한 키워드가 집권 여당의 당대표 경선에서 그것도 '친윤 당대표 후보'인 김기현 후보 측에서 쏟아졌고, 강도도 심화했다. 이들의 명분은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안철수 의원의 '대권 도전'과 '야권 이력'이다. 안 후보 측은 "망상·협박"이라며 맞섰다. '윤심 줄서기'와 '비윤 내치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번 전당대회가 거듭된 진흙탕 싸움으로 격랑 속을 헤매고 있다.

① 김기현 측 신평 변호사 "윤 대통령 탈당"

'독한 키워드' 전쟁에 포문을 연 것은 앞서 김기현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신평 변호사다. 신 변호사는 지난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탈당론'을 띄웠다.

그는 해당 게시물에서 "안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어찌될 것인가. 경우에 따라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정계개편을 통한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탈당하면) 국민의힘은 안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의 연합당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문이 커지자 '윤 대통령의 정치 멘토' 중 한 사람으로 통하는 신 변호사는 글을 올리기 전 윤 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있었냐는 언론의 질문에 "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SNS에 "정말 대통령이 선거 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셨다면 엄청난 스캔들"이라며 "이분이 예고된 진실을 누설하는 건가, 아니면 이분이 망상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당권주자인 천하람 후보도 SNS에서 "윤 대통령을 한없이 가벼운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며 "김기현 후보가 즉각 신 변호사를 (후원회장직에서) 해촉하라"고 요구했다.

당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은 SNS를 통해 "주변 인사들까지 대통령이 누구는 지원하지 않고, 누구와는 함께 갈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당에도 대통령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당시 김 후보는 신 변호사의 발언이 "개인적 판단인 것 같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당대표 후보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제3차 전당대회 더 나은 미래 서약식'에서 서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흥수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 황교안, 천하람, 안철수, 김기현 당대표 후보, 정 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공동취재사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당대표 후보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제3차 전당대회 더 나은 미래 서약식'에서 서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흥수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 황교안, 천하람, 안철수, 김기현 당대표 후보, 정 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공동취재사진


② 후폭풍에도 또 "윤 대통령 레임덕 가능성"

'탈당설'로 당 안팎이 발칵 뒤집혔지만 신 변호사의 우려는 '레임덕'으로까지 향했다. 신 변호사는 지난 6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나와 '윤 대통령 탈당론'에 대한 입장을 다시 묻는 질문에 "(반드시) 탈당한다는 말은 너무 나간 것이고 경우에 따라 탈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면서도 안 후보가 당대표가 될 경우 "대통령이 급속하게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하고, 안철수라는 확실한 미래 권력을 중심으로 해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고, 어쩌면 경우에 따라 윤 대통령이 신임 1년도 안 돼서 레임덕 상태로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거듭된 주장에 이번엔 당 기구 조치 요구가 나왔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고스톱 치다가 지면 판 엎겠다라는 것"이라며 "당원들을 이런 식으로 협박하면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앞서 SNS를 통해서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신 변호사의 명백한 당원모독행위에 조사 절차를 개시하라"고 했다.

'후원회장 해촉' 요구가 빗발치자 신 변호사는 당초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독재국가적인 발상"이라며 "내가 어느 정치인을 후원하고 말고 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며 맞서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탈당', '윤 대통령 레임덕'에 대한 논란이 거듭 이어지자 신 변호사는 7일 "저의 잦은 언론 노출이나 의견 발표가 김 후보에게 폐를 끼치고 있음을 절감한다"며 후원회장직 사의를 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오른쪽부터), 안철수 당대표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힘내라 대한민국! 제3차 전당대회- 더 나은 미래 서약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오른쪽부터), 안철수 당대표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힘내라 대한민국! 제3차 전당대회- 더 나은 미래 서약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 이번엔 김 후보가 직접 "탄핵..."

신 변호사의 사의로 악재가 해소되는 듯했지만, 김 후보가 직접 '탄핵' 발언을 꺼내들면서 '독한 키워드' 전쟁은 다시 가열됐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경기 용인 강남대에서 열린 '경기 중남부 보수정책 토론회'에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뽑히는 대표는 다음 대선에 나가겠다는 꿈을 갖고 있으면 곤란하다"며 "과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칠 때 당이 깨지고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고 차마 입에 올리고도 싶지 않은 탄핵이라는 사태까지 자초해서 겪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를 들고나온 것이다.

김 후보는 다음 날엔 SNS에 안 후보를 향해 "대통령에게 칼을 겨눌 수 있다는 걱정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올리면서 '안철수 당대표 체제에서는 윤 대통령이 탄핵될 수 있다'는 프레임에 다시 힘을 실었다.

여타 후보 측은 즉각 반발했다. 안 후보는 11일 SNS를 통해 신 변호사와 김 후보를 거론하며 "도대체 두 사람은 어떤 정신상태이길래 저런 망상을 하나"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아마도 전략적으로 당원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어한 것 같다"고 했다.

천 후보도 SNS에서 "대통령 탈당, 탄핵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해서 본인이 안 되면 당이 결딴난다고 우리 당원들을 협박해서는 안 된다"고 김 후보를 비판했다.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지난해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를 하는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박수를 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지난해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를 하는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박수를 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독 되는 키워드... 자꾸 꺼내는 이유?

거론될수록 윤 대통령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키워드가 거듭 '친윤'을 자처하는 캠프에서 쏟아지는 것은 안 후보에 대한 경계심 탓으로 풀이된다. 탈당→레임덕→탄핵 등의 언급은 모두 안 후보가 ①윤 대통령의 신뢰를 받지 못하며 ②대권 생각 있고 ③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야권 이력 등이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런 공세의 효과를 갸우뚱하는 시선도 적잖다.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것의 여파 탓이다. 당장 이준석 전 대표는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당대회 후보들의 기자간담회에 배석해 "김 후보는 과거 울산시장을 지냈던 시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있을 때 누구보다 앞장서서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분"이라며 "지금 와서 탄핵과 다른 후보를 엮어 당원들을 협박해 득표하려고 하는 모습이 매우 온당하지 못하다"고 날을 세웠다. 또 "이런 식의 협박으로 과연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김 후보가 울산시장이던 2016년 12월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기자간담회를 열고 "탄핵 가결은 민의를 반영한 당연한 결과"라고 밝힌 일을 꼬집은 것이다.

대표적 친윤 의원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박근혜 탄핵'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탄핵심판의 소추위원 역할을 담당했다. 권 의원은 "윤핵관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의 수사팀장으로 활약했다.

앞서 후보들의 '대통령 소환'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대통령실은 신 변호사의 발언이나 김 후보의 '탄핵' 발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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