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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구조대는 생명을 구하고도 여전히 미안해서 가슴을 친다"[대지진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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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 한번만 와서 우리 아빠가 있는지 찾아봐 주세요." (튀르키예 여성)
"미안합니다. 생존자가 확인된 곳부터 가봐야 합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한국 구조대원)
튀르키예 대지진 피해 현장에선 70개국에서 급파된 구호대가 실종자를 찾고 있다.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도 그중 하나다.
한국 구조대원들에게 구조 작업 자체보다 힘든 게 있다. "우리 가족이 건물 밑에 깔려 있으니 와 달라"는 절박한 부탁을 받아도 모두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구조 인력과 시간에 한계는 분명한데 실종자는 너무 많아서 생기는 일이다. '미안함'은 구조대원들의 몫이다.
KDRT는 최악의 피해 지역으로 꼽히는 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활동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정부는 KDRT에 구조를 맡기면서 '36.2054750, 36.1565477'라는 정보만 전달했다. 주변 건물이 모두 붕괴돼 위치를 제대로 알려줄 수 없게 되자 위도와 경도를 일러 준 것이다.
실종자가 어디에, 몇 명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구조대원들은 위도·경조 좌표 인근을 찾아간 뒤 주민들의 제보에 의존해 구조 작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한 튀르키예 남성은 KDRT의 집결지로 찾아와 "(건물 밑에서) 소리가 났다. 살아 있는 게 분명하다. 그 안에 두 명이 있다"고 말이 통하지 않는 구조대원들에게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부탁했다. 구조대는 생존 여부 확인에 나섰다. 몇 개의 건물 더미를 밟고 지난 뒤 겨우 몸만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담을 넘은 끝에 남성이 말한 장소에 다다랐다. 생존자 확인을 위해 인명구조견 '해태'를 투입했다. 해태는 짖지 않았다. '구조견이 짖지 않는다'는 건 '생존자가 없다'는 뜻이다.
KDRT는 생존자가 확인된 다른 장소로 가야 했다. 그때 한 여성이 다시 구조대원들을 막고 "건물 밑에 아빠가 깔려 있다. 구조견이 근처에서 냄새만이라도 맡게 해달라"고 말하며 울었다. 그러나 여성이 가리킨 곳은 생존자 발견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곳으로 판명 났다.
구조 역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구조대가 '생존자가 확인된 곳'을 두고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곳'부터 갈 수는 없다. 구조견 역시 무한대로 투입할 수 없다. 구조견도 사람처럼 너무 무리하게 투입하면 위급한 순간 탐색 능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KDRT의 소방대원은 현장 통역을 통해 "꼭 가야 할 곳이 있다.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실종자 가족들에게 이해를 구한 뒤 어렵게 발걸음을 뗐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은 생지옥이다. 매몰된 사람이 20만 명이란 추정치가 나온다. 가족·친구·이웃을 찾지 못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구조대원들이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 구조대원들이 튀르키예 도착 당일인 9일 5명의 생존자를 구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까닭인지, KDRT를 향한 요청은 유독 더 많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소방대원은 "'사람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가보면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다"며 "(실종자를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 급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요청을 다 들어드리면 좋겠지만 인력과 시간 한계 때문에 그럴 수 없어 마음이 아플 뿐"이라며 고개를 무겁게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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