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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급한데 튀르키예서 구조대 짐 싸고, 작업 중단하기도… "치안 악화"

입력
2023.02.12 09:06
수정
2023.02.12 23:3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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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 부족에 약탈 기승… 무력 충돌까지
에르도안 대통령 "범죄 행위 엄단"

11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일대에서 이재민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속에서 옷가지를 챙기고 있다. 안타키아=뉴시스

11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일대에서 이재민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속에서 옷가지를 챙기고 있다. 안타키아=뉴시스

튀르키예·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3만 명 이상이 숨진 가운데 구조 작업이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자 생존을 위한 약탈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악화하는 치안 상황으로 이스라엘 구조팀은 튀르키예에서 철수하기로 했고, 독일·오스트리아 구조팀은 구조 활동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에서는 강진 피해 지역에서 빈집을 털거나 상점 창문을 깨고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식료품이나 유아용품이 절실해 슈퍼마켓을 뒤지거나 옷가게와 전자제품 매장에서 휴대전화 등 값나갈 만한 물건을 쓸어갔다. 현금인출기도 뜯겨나갔다.

특히 상황이 심각한 남부 하타이주(州)에서는 약탈범들이 무더기로 체포됐다. 경찰이 약탈 용의자들로부터 훔친 현금과 휴대전화, 컴퓨터, 무기, 보석류, 은행카드 등을 압수했다고 AFP는 전했다.

구호단체 직원을 사칭해 트럭 6대분의 식량을 가로채려 한 사건도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훔친 물건을 들고 도망가거나 약탈자들이 주민들에게 두들겨 맞는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나돌기도 했다. 하타이 주민 아일린 카바사칼씨는 AFP에 "약탈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집과 차를 지키고 있다"면서 "우리는 악몽을 겪고 있다. 당국이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부 지역에선 총격 등 무력 충돌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에 이스라엘의 비영리 비상구호단체인 유나이티드 핫잘라는 6일 만에 짐을 꾸린다. 유나이티드 핫잘라 측은 12일 성명을 통해 "구체적인 위협이 있었다"며 "구조대원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철수 입장을 밝혔다. 독일에서 온 구조대 두 팀과 오스트리아 구조대도 안전을 보장받을 때까지 구조활동을 멈추기로 했다. 샨르우르파주에서 왔다는 한 구조대원은 "안타키아에서 약탈자들을 목격했다"며 "약탈하는 사람들이 흉기를 가지고 있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일부 주민은 상황이 워낙 절박해 생존자들이 약탈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타이에서 가전제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니자메틴 빌메즈 씨는 "아기용 물티슈나 음식, 물(을 약탈하는 것)은 정상이다. 지진이 나고 처음 며칠간은 구호품이 전혀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약탈을 비롯한 범죄 행위는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1일 동남부 도시 디야르바크르를 찾아 지진 피해 상황을 점검한 자리에서 "약탈이나 납치 등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은 국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 경찰을 배치하고, 약탈 용의자에 대한 법정 구금 기간을 사흘 늘리는 등 처벌을 강화하도록 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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