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Godoksa(고독사)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유행어나 새말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른바 카드대란이 있던 2003년의 새말은 '카드빚'이었다. 당시 뉴스를 독차지하던 '돌려막기', '신용불량자'는 전체 경제 활동 인구의 7분의 1과 관련된 아픈 말로 남았다. 2020년의 새말은 응당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었을까? 두 살 아이조차 문을 나서며 '마스크'를 챙기는 웃지 못할 상황과, 모든 이의 생활을 통제한 '비대면'이 유행어 아닌 유행어가 되었다. 2022년 세계 최고의 관심어는 '인플레이션'이었다고 한다. 주로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말에 관심을 둔 한 해였다는 평인데,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이제 한 마을이 된 듯,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관심 분야도 비슷해진 것 같다.
최근 CNN에는 'godoksa'(고독사)가 등장했다. 한국어 '고독사' 발음을 로마자로 그대로 옮긴 것이 눈에 띈다. CNN은 우선 지난해 고독사로 사망한 한국인의 수는 3,378명으로, 최근 10년 동안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의 고독사는 남성이 여성보다 5.3배 많고 사망자의 60%가 50·60대인 특징이 있다고 했다. 고독사의 뜻풀이나 번역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한국의 고독사를 그대로 전하고자 한 것이다. 아울러 CNN은 'banjiha'(반지하), 'jjokbang'(쪽방)도 한국어 발음 그대로 쓰면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알려진 이 방은 저소득층이 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선택이라 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멀리서 관심을 둔 한국어 고독사는 정작 우리 사회에서는 여러 뉴스 중 하나로 묻혀버리고 있지 않은가?
내 등불을 밝히는 노력은 충분히 가치롭다. 그렇지만 아무리 밝은 불빛도 받쳐주는 것 하나 없이 홀로 공중에서 빛날 수는 없지 않겠는가? 2월이다. 안 그래도 짧은 달인데 졸업과 입학 준비로 새 옷과 가방을 고르며 다소 들뜬 마음으로 지나가 버린다. 화사한 꽃다발과 선물 꾸러미와 함께 축하와 격려의 말도 여기저기서 많이 들릴 때이다. 잠시 눈앞의 등불에서 한 걸음만 떨어져 보자. 혹시 '익명'으로 살아가는 어느 젊은이가 보이는가? 그렇다면 오늘 넌지시 말 한 마디를 붙여 보며 격려를 건네주는 것은 어떨까?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