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K팝 원조 SM 품었다...거대 공룡 기획사 탄생

입력
2023.02.10 10:16
수정
2023.02.10 16:57
구독

하이브, SM 최대주주 이수만 지분 14.8% 인수

방시혁(왼쪽) 하이브 의장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 하이브, SM 제공

방시혁(왼쪽) 하이브 의장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 하이브, SM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세계 정상의 스타로 키운 하이브가 원조 K팝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전격 인수한다. 방탄소년단,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뉴진스, 르세라핌 등이 있는 하이브의 산하 레이블로 엑소, NCT,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에스파, 레드벨벳 등을 보유한 SM이 들어가면서 초대형 공룡 기획사가 탄생하게 됐다.

10일 하이브는 이수만 SM 창업자이자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18.46% 중 일부인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SM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 등 지분 인수와 관련된 사항을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하이브는 이번 거래로 단숨에 최대 주주에 등극한다. 지난 7일 SM이 발행하는 신주 확보 등을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카카오에는 악재다. SM 경영진 역시 "적대적 M&A는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이브의 발표 이후 하이브 및 SM 주가는 폭등했다.

하이브는 이번 거래를 두고 "SM 인수는 양사의 글로벌 역량을 결집해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 "방시혁 의장과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는 이번 계약 체결에 앞서 K팝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덧붙였다.

방 의장은 이 과정에서 이수만 창업자가 K팝을 하나의 산업으로 일궈낸 것에 존경의 뜻을 밝히며 그가 그려온 글로벌 비전을 현실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하이브는 이수만이 추진해 온 메타버스 구현, 멀티 레이블 체제 확립, 지구 살리기를 위한 비전 캠페인과 같은 전략적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했다"며 "하이브의 역량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인수와 맞물려 이수만과 손잡고 SM 지배구조 개선에도 적극 개입할 예정이다. 운영 구조에도 대대적으로 칼을 댄다. 이수만과 결별을 선언한 SM 경영진과 이사회가 크게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이브는 "SM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이수만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하이브가) 이미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갖춘 것은 물론, 멀티 레이블 전략 운영과 팬덤 플랫폼 개발 등 업계 선진화를 주도한 만큼 SM의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수만은 개인 프로듀싱 회사 라이크기획과 SM 간 계약 종료일로부터 3년간 로열티를 받기로 했으나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을 넘겨주면서 이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하이브는 "이수만은 개인 차원에서 보유하던 SM 관계사 지분도 하이브에 양도해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이수만의 지분 인수가와 동일한 가격인 주당 12만 원에 SM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 공개매수에도 나선다. 하이브는 "이수만은 자신이 누리게 될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와 공유하는 차원에서 이번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SM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SM 경영진과 이수만 창업자 간의 갈등을 유발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를 비롯한 SM 주주들이 다음 달 열리는 SM 주주총회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가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경석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