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변호사 3만 명 시대라지만 수임료 때문에 억울한 시민의 ‘나홀로 소송’이 전체 민사사건의 70%다. 11년 로펌 경험을 쉽게 풀어내 일반 시민이 편하게 법원 문턱을 넘는 방법과 약자를 향한 법의 따뜻한 측면을 소개한다.
전편에서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과 그중 '해고회피노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용자가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의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먼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고, 그럼에도 경영상 필요가 소멸하지 않을 때 최후수단으로 해고를 할 수 있다. 이때 사용자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24조 제2항).
따라서 다른 요건이 모두 충족되었더라도 해고대상자 선정이 합리적이고 공정하지 않았다면 부당해고가 될 가능성이 크고, 부당해고로 인정되면 근로자는 원직복직(原職復職)과 부당해고기간 중 임금상당액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정해져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사전에 정해진 기준이 없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A회사가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을 정하면서, '평가항목'을 업무적합성, 임금, 근태, 회사공헌도(근속연수)로 하고, '평가점수'는 각 40점, 30점, 20점, 10점으로 했다면 위 기준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이라고 볼 수 있을까? 대법원 판시 내용을 보면서 생각해보자.
대법원은 정리해고의 기준을 확정적·고정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당해 사용자가 직면한 경영위기의 강도, 해고를 실시해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해고를 실시한 사업부문의 내용과 근로자의 구성, 해고 실시 당시의 사회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해고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은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가진 구체적인 기준이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①근로자의 건강상태, 부양의무 유무, 재취업 가능성 등 '근로자 각자의 주관적 사정' ②업무능력, 근무성적, 징계전력, 임금수준 등 '사용자의 이익 측면'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하고,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해고임을 감안하여 ③사회적·경제적 보호의 필요성이 높은 근로자들을 배려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두64876 판결).
따라서 A회사의 해고기준은 합리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공헌도(근속연수)를 제외하고는 회사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요소가 9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A회사는 근로자의 건강상태, 부양가족 유무, 재취업 가능성, 생계유지능력 등 근로자 개인의 주관적 사정을 해고기준에 반영하지 않았고, 그 결과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나 재취업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사회적·경제적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근로자까지 일률적으로 해고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다(위 대법원 판결 참조).
정리하면,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에는 근로자의 주관적·개인적 사정과 사용자의 경영상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정이 조화롭게 반영되어야 하며, 사회적·경제적 보호의 필요성이 높은 근로자들을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여 해고기준에 관한 합의에 도달했다면 이러한 사정은 해고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인지에 대한 판단에 참작될 수 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다48107 판결). 근로자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자의적 기준에 따라 해고대상자를 선정했다면 노동위원회 및 법원에서 부당해고를 다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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