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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언어

입력
2023.02.10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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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음식을 먹거나 반려동물을 안을 때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 길을 걷다 우연히 짝사랑하는 상대를 볼 때는 어떤가. 가슴이 쿵쾅쿵쾅, 얼굴이 발그레, 손가락 끝이 덜덜. 설렘이라는 감정이 온몸으로 퍼진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차례 감정의 요동을 겪는다. 외부 자극에 따라 행복과 우울, 분노와 안심, 기쁨과 불안이 시시때때로 교차한다.

감정은 '외롭다, 부끄럽다, 슬프다'와 같이 단어의 직접적인 사용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데 대표적인 예가 '이가 갈리다(분노)', '등골이 서늘하다(공포)', '낯간지럽다(부끄러움)', '눈앞이 깜깜하다(절망)', '눈시울을 붉히다(슬픔)'와 같이 신체 변화에 은유하는 방식이다. 그 외에 사물에 빗대어 감정의 정도를 나타내는데, 예를 들어 '사랑에 빠지다, 사랑을 쏟다, 사랑이 넘치다'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물(액체)로 은유한다.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긴장감이 넘치다', '슬픔에 잠기다', '기쁨이 샘솟다'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감정을 물로 은유화한 것이다.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이라는 뜻의 '감정'은 중립적인 문맥에 쓰이기도 하지만, '감정에 휘말리다, 감정을 터뜨리다, 감정이 섞이다'에서처럼 '화, 원망, 불안, 미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기본 뜻으로 두기도 한다. 그러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든 감정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 인간은 감정을 느끼고 해석하며 그것에 어떻게 반응할지 결정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깊이 관찰하고 언어를 통해 풍부하게 표현한다면 두려움 없이 감정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최혜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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