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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차기 대표 백지화… 결국 정부가 주인인가

입력
2023.02.10 04:30
27면

국민연금의 제동에 KT 이사회는 9일 차기 대표이사에 구현모 현 대표를 단독 후보로 추천키로 의결한 것을 백지화하고 재공모하기로 했다. 사진은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관 전경. 연합뉴스

국민연금의 제동에 KT 이사회는 9일 차기 대표이사에 구현모 현 대표를 단독 후보로 추천키로 의결한 것을 백지화하고 재공모하기로 했다. 사진은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관 전경. 연합뉴스

KT가 어제 이사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공개경쟁 방식으로 재공모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구현모 현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단독 후보로 추천하기로 의결한 것을 백지화한 것이다. 당시 이사회 결정을 두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KT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뜻이 결국 관철된 것인데, 여기엔 정부의 ‘보이지 않는 힘’이 반영됐다는 게 정설이다.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KT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사회가 이날 내놓은 인선방안 자체는 긍정적이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인선자문단이 사내외 후보 검증에 나서고 심사과정에 사내 이사진은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후보자 명단과 단계별 심사 결과 등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사내 이사들을 동원해 ‘셀프 연임’에 나설 통로를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사회가 이런 절차를 소급적용까지 하면서 결정을 스스로 뒤집은 건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 KT 이사회는 이날 “사회적 요구를 반영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 국민연금을 앞에 내세운 정부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보는 게 맞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말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고 언급한 직후부터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거센 관치 인사 논란에도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엔 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안착했다. 다음 타깃은 내년 3월이 임기인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라는 얘기까지 심심찮게 나돈다.

소유분산기업에서 셀프 연임 등 기존 최고경영자(CEO)의 사유화를 막을 장치는 분명 필요하지만, 정부가 주인 행세를 하며 마음대로 개입하는 게 용인될 순 없다. 주주권을 행사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되지 않으면, 국민연금에 돈을 맡긴 국민들의 집사가 아니라 정부의 집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CEO 선임 과정이 투명해지려면 정부부터 투명한 개입 원칙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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