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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어딨어요?" 지진은 연약한 아이들에게 더 큰 비극이었다

입력
2023.02.08 19:20
수정
2023.02.0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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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대지진 사망자 1만 명 넘어서
상당수는 "새벽에 곤히 잠들었던 어린이들"
나 홀로 생존 명단에 "엄마, 어딨어요?"
유니세프 "어린이 사망자, 헤아리기 어려워"


지진으로 붕괴된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의 집터에서 한 소녀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카라만마라슈(튀르키예)=로이터 연합뉴스

지진으로 붕괴된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의 집터에서 한 소녀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카라만마라슈(튀르키예)=로이터 연합뉴스


"우리 애기, 얼마나 무서울까..."

규모 7.8의 강진이 집어삼킨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주의 무너진 아파트 터. 뒤엉킨 철근과 콘크리트 더미 아래 아이가 파묻혔다는 엄마는 혼이 나간 표정이었다. 7층짜리 건물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아파트에 머물던 15명 중 구조된 건 이 엄마를 포함해 단 3명. 정신없이 오가는 구조대원을 쫓아다니며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던 엄마는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다.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대지진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어린이 희생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어린아이의 시신이 작은 담요에 싸여 길바닥 곳곳에 놓여 있는 장면이나,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숨이 멎은 아이를 껴안고 오열하는 부모의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다.

머리가 희끗한 한 할아버지는 가지안테프주 누르다이의 건물 잔해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손녀 에셈 수 세틴(6)을 껴안고 고개를 떨궜다. "우리 아기 양"이라고 아무리 불러도 손녀는 깨어나지 못했다. 세틴의 나머지 가족 6명은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의 한 임시 대피소에서 한 아이가 혼자 걸어 다니고 있다. AFP 연합뉴스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의 한 임시 대피소에서 한 아이가 혼자 걸어 다니고 있다. AFP 연합뉴스

최초 지진은 6일 새벽 4시 17분쯤 발생했다. 아이들이 곤히 잠들어 있던 시간이라 피해가 유독 컸다. 잔해 속에서 발견된 아이들 대부분 잘 때 입는 내복 차림이었다. 대피할 능력도 판단력도 부족한 아이들이 재난을 온몸으로 맞닥뜨려야 했던 것이다. 잔해 사이에 살아남은 아이들에겐 영하의 강추위가 닥쳤다. 아이들은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성인보다 저체온증에 빠지기 쉽다.

생존자 명단에 '나 홀로' 이름을 올린 아이들 역시 더없이 취약하다. 튀르키예 남부에서 지진 발생 24시간 만에 구조된 소년은 눈을 비비며 두리번거리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를 찾는 듯 보였다. 부모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어떤 아이들은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며 "이런 경우 구조대원들은 아이들의 친척들에게 필사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린이 희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생존자를 구해 낼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유니세프는 이번 지진으로 "수천 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어린이) 사망자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여진의 영향까지 고려할 때 140만 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2,300만 명이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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