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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산업의 '일본 그늘'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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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일본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3대 품목(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 EUV PR, 불화수소:HF, 불화폴리이미드:FPI)과 관련,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이 조치로 일본산 핵심 품목들의 수입이 차질을 빚을 경우, 반도체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의 명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3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전문가들의 예측과 다르게 한국 기업은 다른 결과를 이뤄냈다. 그 가운데 특히 두드러진 성과는 '솔브레인'과 'SK머티리얼즈(현 SK스페셜티)' 두 기업에서 반도체 식각(Etching) 공정에서 사용되는 HF 국산화에 성공한 것과, '동진쎄미캠'에서 미세패턴을 만드는 노광(Lithography) 공정의 주요한 역할을 하는 EUV PR의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게다가 이런 국산화는 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양산 단계까지 적용되며, 일본 기업의 기술력에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정부도 이 성공을 발판 삼아 기업투자촉진지원 및 산학협력 인력양성 4대 인(人)프라 조성을 기반으로 2030년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율을 50%까지 높인다는 청사진을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정부의 노력과 함께 관련 기업들이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다. 2003년 헨리 체스브러(Henry Chesbrough)가 도입한 개방형 혁신은 연구개발(R&D) 과정에 필요한 기술 및 아이디어 창구를 외부(타 회사), 심지어 경쟁사 등으로 확장해야 하며, 이를 통해 얻은 것들을 적절하게 잘 이용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반도체 노광 장비의 '슈퍼 을(乙)'로 알려진 기업 'ASML'은 개방형 혁신의 대표 사례다. 노광 장비에는 5,000여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그래서 설계 다양성이 요구되는데, ASML은 연구개발의 모든 과정을 독점하는 폐쇄형 혁신(Close Innovation) 대신 외부 기업인 '에너제틱(Energetiq)'과 '칼자이스(Carl Zeiss)'의 광원(Light Source), 렌즈(Mirror) 기술을 차용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에 따르면 후발주자가 선도기업을 이기려면 제품 또는 서비스 품질이 10배 더 좋아야 한다. 따라서 반도체 소부장의 국산화를 제대로 이루려면 정부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외국의 선도기업을 압도할 수 있는 우리 민간기업 차원의 품질 강화도 절실하다.
수출 규제 3년이 지나고, 우리 기업들이 규제 품목에 대한 국산화 기반을 다지고 나서야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견 다행스러워 보이지만, 오히려 국내 반도체 산업이 개방형 혁신을 통해 일본 정책에 휘둘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기술력을 발전시키는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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