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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가 넘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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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일정을 다니다 보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근처 약국에 가서 단회용 영양제를 사 먹는다. 대부분 약국 내부 구조는 대기실 명목의 공간이 있고 약사가 서 있는 카운터가 있는 식인데 가끔 특이한 구조도 볼 수 있다. 몇 년 전 목포에 갔을 때는 약국 한편에 즉석 복권 판매점이 함께 있는 곳도 있었다!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을까?
약국에 있는 약은 효능에 따라서도 정말 많은 종류가 있지만, 만들고 판매하는 제약회사에 따라 종류가 배가 된다. 내가 취급하는 제품과 유사한 성분의 약은 흥미를 끌지 못하지만 처음 보는 약이나 의약외품을 보면 신기해서 한참을 보게 된다. 또 피로할 때 몸에 붙이는 쿨링 패치라든지 턱을 매끈하게 잡아줄 수 있다는 기구라든지, 써보고 싶은 제품들도 넋을 잃고 보곤 한다. 가끔이지만, 이런 트렌디한 제품들을 볼 때면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다.
때는 바야흐로 열정이 넘치던 약 15년 전. 약국을 독특하게 시작하고 싶어서 수도권 인근을 종종거리며 다녔다. 그러다 쇼핑몰과 버스 터미널이 함께 들어온다는 상가를 알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여기를 소개한 담당자는 당시 잘 알려지지 않은 '드러그 스토어'에 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그런 콘셉트의 약국을 적극 권했다. 아니, 이렇게 '쿵짝'이 잘 맞을 수 있나? 나도 여러 가지 약과 외품들을 가지런히 진열하고 손님들이 구경하다가 원하는 것을 찾아서 구매하는 재미있는 백화점식 혹은 마트식 약국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이때 나는 누군가와 이야기하면서 처음으로 '좋다'라는 단어의 농밀한 뜻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담당자는 "이 정도면 좋아요" 혹은 "이 업체가 제일 좋아요" 혹은 "서로 좋은 게 좋은 거죠"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는데, 과연 '좋다'는 말은 뭐가 어떻게 좋다는 말이었을까? 그가 사용하는 목적어 없이 쓰는 '좋다'는 말은 모든 상황을 깊은 생각 없이 뭉뚱그려 생각하게 해버렸다.
'좋다'는 말은 내가 일하는 약국에서도 자주 듣는 말이다. "이거 좋아요?", "뭐가 제일 좋아요?" 등으로 활용되는데, 저 간단한 질문에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질문을 한 사람이 "이게 제일 좋아요"라는 간단한 답을 염두에 두고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설명을 해 본 결과, 그래서 뭐가 제일 좋냐는 질문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세상살이, 딱 정해서 "이게 제일 좋아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보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없다. 가전 매장을 가서도 '가장 최근에 나온' 제품은 확실히 알 수 있어도 누구에게나 '가장 좋은' 제품은 없다. 그건 가장 비싼, 가장 최신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누군가 '가장 좋다'고 추천하는 제품이나 행동은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닐까?
'Have a good day!' = '좋은 하루 보내세요!' 여기서 좋아요는 'good', SNS에서 누르는 좋아요는 'like'다. 'Good'과 'like', 모두 '좋아요'로 대응되는 세상. 너무 함축적이다. 말을 약간만 추가해도 풍부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대신에 "웃을 일 많이 만드는 하루 보내세요" "너무 잘했다" 대신에 "양치질을 혼자 해내다니 네가 정말 자랑스러운걸?"로 바꿔보는 거다. 아이고, 내 속마음이 나와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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