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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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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북한 상황이 하 수상하다. 식량 사정은 비상인 게 분명하다. 1년에 한두 번 모여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당면한 농사 문제'로 두 달 만에 또 소집돼 이달 하순 열린다. 지난해 흉작 탓에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더니 급기야 '부촌' 개성시에서도 하루 수십 명씩 아사자가 나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측근을 보내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고 한다.
□ 경제 사령탑인 김덕훈 내각 총리는 북한 전역을 돌면서 양곡판매소를 점검하고 있다. 양곡판매소는 최근 신설된 국영 곡물가게인데,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사설 장마당의 식량 판매를 금지하고 양곡판매소에서만 살 수 있도록 했다. '신양곡정책'으로 불리는 이런 조치는 그러나 쌀 유통량 급감을 초래했다. 당국이 장마당보다 쌀값을 덜 쳐주다 보니 농민들이 양곡판매소에 쌀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 천재(가뭄·수해)에 인재(정책 실패)까지 겹친 식량난인 셈이다.
□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초입부와 비슷한 상황"(김병연 서울대 교수)으로 악화된 경제 상황에 민심이 동요하고 있어서일까. 북한 입법부인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2일 '국가의 안전과 이익 보장'을 위해 국가기밀보호법을 채택했다. 어떤 '기밀'을 보호하겠다는 건지 상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뒤숭숭한 내부 사정이 외부에 알려지는 걸 막겠다는 조치로 보인다. 남한식 말투와 호칭 사용을 막겠다며 지난달 채택한 평화문화어보호법에 이어 주민 단속에 몰두하는 북한의 안간힘이 느껴진다.
□ 지난해 하루가 멀다 하고 도발을 이어가던 북한이 새해 들어 잠잠한 것도 저런 속사정에 비춰볼 때 심상찮은 구석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통일은 갑자기 찾아온다"고 하자 '정부가 북한에 급변사태가 있을 걸로 판단한 거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한 달 넘게 잠행하던 김 위원장은 7일 딸과 부인을 대동하고 장병 숙소를 방문했고, 인민군은 이튿날 건군절 75주년 열병식을 치렀다. 한반도 긴장을 높이려는 군사적 행보를 재개한 것이지만, 이제 북한을 향하는 시선은 군인보다 민간인, 무기보다 쌀에 오래 머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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