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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챗GPT AI 장착한 '빙' 전격 공개... "검색의 새 패러다임"

입력
2023.02.08 08:04
수정
2023.02.08 15: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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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AI 챗봇 '바드' 출시 계획 밝힌 지 하루 만
검색엔진 '빙'에 오픈AI 언어 모델 탑재 발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가 7일(현지시간) 오픈AI의 인공지능 챗봇 챗GPT 기반 언어 모델을 검색 엔진 '빙'에 장착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발표 행사 이후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월스트리트저널 유튜브 캡처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가 7일(현지시간) 오픈AI의 인공지능 챗봇 챗GPT 기반 언어 모델을 검색 엔진 '빙'에 장착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발표 행사 이후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월스트리트저널 유튜브 캡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검색 엔진 빙(Bing)에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의 기반 언어 모델을 장착했다고 7일(현지시간) 전격 발표했다. 새로워진 빙은 이용자가 대화하듯 질문하면 사람처럼 대화형으로 답변을 내놓는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검색에 있어 새로운 날이자, 검색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했다.

당초 MS는 다음 달 중 빙에 챗GPT를 결합할 것이라 했으나 그 시기를 한 달이나 앞당겼다. '검색 최강자' 구글이 전날 챗GPT의 대항마 격인 '바드'(Bard)를 이르면 이달 안에 공개하고 검색에도 챗봇 AI를 접목할 것이라 밝혔기 때문이다. MS는 그 틈을 치고 나왔다. MS가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챗GPT의 AI 모델을 빙에 선제적으로 도입하면서 구글의 아성을 흔들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MS 빙, 챗GPT 언어 모델의 업그레이드 버전 탑재

새로워진 마이크로소프트 검색 엔진 '빙' 첫 화면. 긴 막대기 형태 검색창 대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적힌 박스형 검색창이 생겼다. 빙 캡처

새로워진 마이크로소프트 검색 엔진 '빙' 첫 화면. 긴 막대기 형태 검색창 대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적힌 박스형 검색창이 생겼다. 빙 캡처


MS는 이날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위치한 본사에서 챗GPT AI를 만나 진화한 빙을 공개했다. 새 빙에는 챗GPT의 기반 언어 모델인 'GPT 3.5'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들어갔다. MS는 이를 '프로메테우스 모델'이라고 이름붙였다.

새로워진 빙은 이용자가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검색 결과와 함께 화면 오른 쪽에 AI의 답변을 띄워준다. 챗GPT처럼 채팅 화면으로 바꿔 질답을 이어갈 수도 있다. MS가 이날 빙에서 공개한 예시를 보면, '견과류와 해산물을 먹지 않는 여섯 명을 위해 저녁 파티를 열어야 합니다. 세가지 코스 메뉴를 추천해 줄 수 있나요?' 와 같은 긴 질문에 응답이 가능하다. '멕시코로 5일 동안 여행을 계획해 달라'라고 요청한 뒤, '여행 비용은 얼마나 들까?' 같은 질문을 이어갈 수도 있다.

MS에 따르면, 챗GPT와 비교했을 때 새 빙의 강점은 실시간 데이터까지도 학습한다는 것이다. 챗GPT는 2021년까지 모은 정보만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빙은 한 시간 전 나온 뉴스에 대해 질문해도 응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빙 검색창에 '올해 그래미 어워즈의 최대 수상자들을 요약해 줄 수 있느냐'고 묻자 비욘세가 누적 32개 상을 받아 이 대회 역사상 최다 수상 기록을 쓴 사실 등을 정확히 답했다고 한다. 그래미 어워즈는 3일 전 열렸다. MS도 발표 무대에서 빙의 성능을 시연했는데, '이케아 러브시트 소파가 혼다 오딧세이 2019년형에 실릴까'란 질문을 빙 검색창에 입력하자 "시트를 접으면 실릴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AI가 인터넷에서 해당 소파와 차량 내부 크기 정보를 찾아 이를 토대로 계산해 알려준 것이다.

새 빙은 이날부터 대중에게 공개됐다. 단 당분간은 대기 목록에 등록하고 MS의 허가를 받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MS는 접근 가능한 이용자 수를 차례로 늘려 이달 말까지 수백만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MS는 또 웹 브라우저 '엣지'(Edge)에도 프로메테우스 모델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MS의 속도전...'검색 최강자' 구글 추격 시작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날 MS의 새로워진 빙 공개는 구글이 AI 챗봇 '바드' 출시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MS는 지난달 챗GPT 제조사 오픈AI에 100억 달러(약 12조6,200억 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는데, 그로부터 불과 2주 만에 오픈AI의 기술 결합을 발표했다. 엄청난 속도전이다.

MS가 이처럼 서두르는 건 챗GPT가 아이폰을 이을 '게임체인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MS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지금까지 130억 달러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MS는 과거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웹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했으나 구글 크롬에 왕좌를 빼앗겼다. 애플 아이폰의 등장 이후 PC에서 모바일로 인터넷 이용 환경이 변할 때도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며 브랜드 가치가 하락했다. 챗GPT 신드롬은 긴 굴욕의 세월을 겪은 MS에 모처럼 찾아온 시장 선점의 기회인 셈이다.

MS 빙은 전 세계 검색 시장에서 구글에 이은 2위이긴 하지만, 점유율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구글의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그러나 빙이 챗GPT 기술을 빠르게 흡수한 만큼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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