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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은 됐다"는 프랑스 청년들

입력
2023.02.09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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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주먹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주먹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프랑스 청년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금개혁에 대해서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 수급 연령인 은퇴 연령을 62에서 64세로, 연금 100% 수령을 위한 근속 연수를 42년에서 43년으로 올리려고 한다.

"일하기 위해 살지 않는다. 살기 위해 일한다"는 것을 좌우명 삼는 프랑스인들은 "더 오래 일하긴 싫다"고 아우성이다.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청년들은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해줄 법도 하다. "저출생·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청년들은 돈을 내고 연금을 못 받게 생겼으니, 그대들을 위해 제도를 고쳐주겠다"는 게 욕을 먹으면서도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약속만 놓고 보면, 그래도 많은 청년들이 그를 '구원자'로 여겨야 마땅하다.

그러나 청년들은 다른 연령대보다 냉정해보이기까지 하다. 여론조사 기관 엘라베의 지난달 말 발표에 따르면, 18~24세의 반대 비율은 79%였다.

지난달 31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청년들의 마음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25세 대학원생 A씨는 "지금 다니는 대학원을 오늘 당장 때려치우고 일을 시작해도 연금을 온전히 받으려면 70세는 돼야 한다"고 푸념했다. 19세 대학생 B씨는 "언젠가 일을 해야겠지만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자조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그들을 뒤덮고 있었다.

20세 대학생 C씨는 "내가 연금을 받게 될 40여 년 뒤엔 '70세부터 연금을 주자'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냉소했다. "우리는 이전 세대와 다르게 당장 먹고사는 게 걱정인데 수십 년 뒤의 연금이 뭐가 중요한가"라는 이도 있었다. '희생만 하는 세대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보였다.

저마다의 이유가 무엇이든, 이들에겐 '나중'을 생각할 겨를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연금개혁 수혜 세대인 청년들이 "됐다"고 마다하니, 연금개혁의 유일한 명분인 "청년들을 위해서"라는 말이 국민들에게 먹힐 리 만무하다. 명분이 흔들리니 국민적 반대에 정부가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한국 정부도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연금개혁에 끝내 성공하려면, '연금개혁이 정말 우리를 위한 것이구나'를 청년들이 느낄 수 있도록, 그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는 방안도 동시에 찾아야 할 것이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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