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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안 오면 못 사요"... 고물가 시대 '軍마트 코스트코' 인기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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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엔 일 마치고 오후에 와도 물건이 좀 있었는데, 요샌 조금만 늦어도 매대가 텅텅 비어 있어.”
6일 오전 10시 25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대방마트 앞에서 만난 참전용사 출신 류모(78)씨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영업 시작 5분 전인데 이미 류씨 뒤로 60여 명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이곳은 군(軍)이 운영하는 ‘영외마트’다. 현역 군인과 10년 이상 복무한 예비역ㆍ국가유공자 및 이들의 조부모, 부모, 손주가 이용할 수 있다. 가족은 군인과 꼭 같이 오지 않아도 국군복지포털이나 밀리패스(군인과 가족 신분을 증명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하면 된다.
요즘 이런 군 영외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군인 복지 차원에서 일반 상점보다 물건을 훨씬 싸게 파는 덕에 고물가에 지친 군 가족들이 대거 몰리는 것이다.
국군복지단은 영외마트를 전국에 115개(서울 6개) 운영 중이다. 특히 대방마트는 규모가 가장 크고 판매 품목도 다양해 ‘영외마트의 코스트코’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실제 6, 7일 이틀간 지켜보니 마트 입구는 오전 내내 문전성시였다. 오후에 오면 물건이 동나기 일쑤라 이용객들이 서두르는 것이다. 박모(30)씨는 “물가가 워낙 올라 사실 영외마트 판매가도 인상되기는 했다”며 “그래도 일반 슈퍼마켓과는 가격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고 말했다.
구매자들의 영수증을 통해 24개 상품 가격을 인근 시중 마트와 비교해 봐도 싼값에 입이 떡 벌어진다. 젤리(48g) 560원, 봉지라면(5입) 1,050원, 액체 세제(2.0L) 2,810원, 휴지(24롤) 6,795원 등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절반 이상 저렴했다. 주류(1인당 맥주 4상자 24캔, 소주 2상자 40~48병)를 빼면 구매량에도 제한이 없어 물건을 상자째로 들고 나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남편이 장기 복무자인 김모(75)씨는 “집이 남영동이라 다소 멀긴 하지만 식료품을 살 땐 꼭 이리로 온다”면서 “최근 들어 마트가 붐비는 걸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일반 현역병 가족 방문이 늘어난 것도 두드러진 추세다. 입대한 자녀가 있으면 저렴하게 장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현역병 부모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 이용객이 폭증했다.
육군 만기 전역을 앞둔 병장 아들과 함께 마트를 찾은 박모(51)씨는 이날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1주일 전에 오전 11시에 왔는데 살 물건이 없어 이번엔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박씨는 “6인 가구라 장을 자주 보는데, 물가 때문에 생활비가 거의 두 배로 늘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아들 전역 전에 덕 좀 보자는 마음으로 왔다”고 웃었다. 고물가가 낳은 '웃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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