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반려견 '몽이'를 7년째 키우면서, 동물자유연대의 이사·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동물법을 누구보다 쉽고 재밌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은 몇 마리일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2020년 기준, 통계청에 따르면 약 313만 마리이고, 농식품부에 따르면 638만 마리이다. 통계청의 조사가 표본이 크므로 신빙성이 높지만, 한 가구에서 여러 마리를 키우는 경우를 집계하지 않아 313만 마리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개에 대해서는 조사가 가능하다. 개는 동물보호법상 유일한 '등록대상동물'이므로 소유자는 지자체에 개를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법 제12조). 이에 따르면 2020년 신규 등록된 반려견은 23만 마리(2020년 말 누계 232만 마리), 유기견은 9만5,000마리이고, 2021년 신규 등록된 반려견은 50만 마리(누계 276만 마리), 유기견은 8만5,000마리이다. 계산해보면 등록된 전체 반려견 중 유기견 비율이 3~4%나 된다(영국의 경우 0.6%에 불과하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발생했을까. 동물 유기죄의 처벌(벌금 300만 원)이 약하기 때문일까? 실제 동물 유기범을 찾아내서 처벌하는 경우도 거의 없으니 일견 타당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반려동물 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가 입양하는 반려견은 '번식장 → 경매장 → 펫숍 → 소비자' 순으로 공급된다. 번식장(개농장, 켄넬, 견사 등)은 동물보호법상 동물생산업자, 즉 '반려동물을 번식시켜 판매하는 영업'을 하는 자를 말한다. 펫숍은 경매장을 통해 개를 구입해서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경매장과 펫숍 모두 동물보호법상 동물판매업자, 즉 '반려동물을 구입해서 판매, 알선 또는 중개하는 영업'을 하는 자이다(법 제32조).
2,000개가 넘는 번식장은 반려동물을 생산하고, 이를 빠르고 손쉽게 판매하기 위해 경매장으로 향한다. 전국 각지에 산재한 경매장(2019년 기준 18개)은 어린 강아지를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놓고 경매인의 호가를 통해 펫숍에 공급한다. 그리고 4,000여 개에 달하는 펫숍은 소비자에게 개를 판매한다. 이렇게 연간 20만 마리가 넘는 개가 공급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학대가 벌어지고 있다(경매장이나 펫숍에서 팔리지 못한 개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결국 그 많은 유기견이 생기는 이유는, 반려동물이 대량으로 공급되고(번식장), 신속하게 유통되고(경매장 및 펫숍),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입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소비자). 따라서 이 각각의 단계가 통제되어야만 유기견을 줄일 수 있다.
농식품부는 2018년 동물생산업자에 대한 허가제를 도입하면서 규제를 일부 강화하였으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선진국의 예를 보자. 동물생산업자와 관련하여, 미국(펜실베이니아주)은 번식용 개를 최대 50마리로 제한하고 있고,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고 있으며, 수의사의 정기 검진을 의무화하는 등 강력한 규제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동물판매업자에 대해서는, 미국(캘리포니아주 등), 영국 및 독일은 개와 고양이를 펫숍에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스위스는 입양 전 교육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독일(니더작센주)은 반려견 면허제를 운영하면서 보유세까지 부과하고 있다.
이처럼 유기견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반려동물 산업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대량 생산·대량 소비의 무간지옥을 없애기 위한 법 개정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관심 있는 분은 동물자유연대의 '동물학대 판례평석'이나, 카라의 '반려동물 대량생산과 경매 그리고 식용도살 실태보고서'가 공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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